영화배우 박용우(34)의 11년 연기인생을 관통하는 화두는 '소신'이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감독 손재곤, 제작 싸이더스FNHㆍMBC프로덕션)의 개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주위의 반대가 컸지만 '작품으로 보여주면 되잖아'라는 뚝심으로 영화 출연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연애 초보' 대학강사 황대우와 불필요한 남자는 모두 '제거'해 버리는 귀여운 살인자 이미나(최강희 분)의 연애담을 코믹하게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 손재곤 감독의 데뷔작으로 순제작비가 20억원이 채 안되는 '작은' 영화다. 지난해 영화 '혈의 누'를 통해 '박용우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주목받아 온 박용우의 차기작으로는 다소 의외의 작품이기도 했다.

"주위의 반대가 많았죠. 총평은 '너에게 도움이 될 영화가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혈의 누'에서 강한 역할을 했으니 비슷한 이미지로 무게감을 더 주고 그 뒤에 코미디를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충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박용우는 "내 자신에게 '쪽팔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는 시나리오는 많지만 읽으면서 표정과 연기가 연상되는 영화는 흔치 않은데 '달콤 살벌한 연인'은 오랜만에 만나는 그런 영화였다"며 '달콤 살벌한 연인'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강사 황대우로 분한 박용우는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가늘고 소심한 목소리로 풀어낸 황대우는 영화 '혈의 누'에서 그가 연기한 냉철한 살인자 인권과는 전혀 다른 모습. 예상치 못한 연기는 찬사로 이어졌다.

"황대우는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연기 패턴 중 하나였습니다. 선배님들이 그런 말씀 하시잖아요. 배우는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고. 올해 연기생활 11년째인데 (황대우는) 그 동안 연습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해 두었던 캐릭터였습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캐릭터가 20개 정도 되는데 이제 3개 정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 황대우와 배우 박용우의 공통점은 연애를 많이 못해봤다는 점.

박용우는 "황대우는 너무 순수해서 사랑을 고귀하고 이상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게 되고, 그래서 연애를 제대로 못해본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연애에 대해 거부감이나 결벽증이 있는 인물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도 몇 년 전까지는 황대우처럼 이상적인 사랑을 꿈꿨다고.

그는 촬영 중 손재곤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끝없는 토론을 벌였다고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께 '감독님이 황대우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제 식의 황대우를 많이 이해해 달라'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받아들인 것으로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감독님은 자연스러운 다큐멘터리적인 연기를 원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장르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코미디 색깔에 맞는 다소 과장된 리얼함이 어울린다고 믿었습니다."
"감독이 귀찮아할 정도로 달라붙었다"는 말에서 감독과 배우가 인물 표현의 수위를 놓고 얼마나 치열한 논쟁을 벌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내가 꼭 필요한 역할이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맡은 심광호 역에 대해 "조연이지만 영화의 주제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고민 않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박용우는 "최근 연이어 칭찬을 듣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평상시에도 자주 한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박용우의 이러한 소신이 그의 연기 인생에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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