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남기엽 오창고등학교 수석교사

그해 4월에는 벚꽃이 예뻤다.

벚꽃잎 흩날리는 아름다운 봄날, 운동장에 하나, 둘 모였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함께했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달려보는 마라톤 대회이다. 그것도 도로를 달리는 올림픽 마라톤과 흡사하다. 왕복 3km 또는 5km를 자신이 정한 후 거리에 따라 구별해 둔 초록색과 붉은색 등 번호를 가슴에 단다. 안전한 대회를 위해 도로 진입길, 3차로, 샛길, 회전길, 반환점, 오르막 등 갑작스러운 차량 합류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곳에 심판 교직원을 배치했다. 문백 119에도 연락을 취해 놓았고, 인근 지역 충북 체육고등학교 전문지도자의 도움을 청했다.

"제자리에! 탕" 신호총 소리와 함께 인생의 첫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난생처음 뛰어보는 마라톤, 아이들의 표정은 꽤 진지하다. 나는 차를 타고 경기 진행 곳곳을 살폈다. 중요한 순간을 놓칠세라 중간중간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었다. 몇몇 친구들이 벌써 반환점에서 '넌 최고야' 도장을 손등에 찍고 학교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선두그룹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의 환호를 받으며 대회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들어온다. 도로를 달리며 고통스러움으로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고 드디어 만세를 외치며 결승선에 도착했다. '내가 해냈다!', 내 인생의 첫 마라톤을 완주하였다. 골인 지점은 사진 촬영, 완주 메달과 기록증, 완주증까지 바로바로 인쇄해서 배부하였다. 자신과의 고투에서 승리한, 자신을 이겨낸 위대한 마라톤으로 인생의 한 점을 찍었다.

기원전 490년 그리스군과 페르시아군의 마라톤 전투에서 유래된 마라톤. 그리스의 전령사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평원에서 30km 떨어진 아테네까지 달려가 이겼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했다는 전설도 있다. 완주자들은 골인 지점의 월계관을 쓰고 올림픽의 선수처럼 사진 촬영을 하였다. 마침 올해 여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제33회의 올림픽이 개최된다. 올림픽 마라톤의 영웅을 지켜보며 오늘 이 마라톤이 떠오를 것이다.

치유와 돌봄이 요원한 대안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스스로 더 어려운 위기를 맞이하고 대처하도록 체육 프로그램을 계획한 것이다. 행사 후 사진으로 포토보이스 전시회를 열었다. 극한을 극복한 아이들의 모습과 행복한 표정, 땀방울 묻어나는 사진을 보며 달리기의 여정을 이어갔다.

이 감동은 평생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심장이 터질 듯 힘들었던 그리고 골인 지점을 통과하며 느꼈던 벅찬 감정은 장기 기억 장치에 또렷이 입력되었다. 아이들의 이 소중한 경험은 자신의 삶을 더욱 주도적이며 책임감 있게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고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도록 용기를 주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스포츠 경쟁은 갈등과 마찰을 동반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은 스포츠 교육을 통해 옳은 스포츠인과 그렇지 못한 스포츠인을 구별하게 해 준다.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스포츠교육은 최선을 다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규칙을 준수하는 교육이 포함되고 실제로 스포츠 상황에서 연습되고 실천해야 그 곳에서 문제 해결력을 배우고 협력적인 의사소통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남기엽 오창고등학교 수석교사
남기엽 오창고등학교 수석교사

나는 마라톤 대회를 떠올리며 강조하고 싶다. 'OECD 교육 2030'의 '개인과 사회의 웰빙(Individual and collective well-being)' 목표를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은 스포츠교육이며, 스포츠를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삶 속에서 무엇을 결정할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모두 알려주는 놀라운 마법의 힘을 진정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교단에서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