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중견작가 이색잠품 관람 '문화충전'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최근 청주에 다양한 규모의 갤러리가 속속 문을 열면서 지역 미술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갤러리들이 지역 작가를 비롯해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중견작가, 전시기회가 많지 않았던 신진 작가들을 주목함으로써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K아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점에 갤러리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어 새로운 전시의 장이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개관 1년 맞이하는 중부권 최대 규모 '네오아트센터'

 

네오아트센터 전경
네오아트센터 전경

올해 4월 개관 1년을 맞이하는 네오아트센터(대표 박정식)는 개관당시 53인의 지역작가들의 근작부터 대표작까지 망라하면서 지역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보리작가 송계 박영대부터 극사실주의 구자승, 빨간의자 시리즈의 김지현과 손부남, 김준권 등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등장했다. 총 4개관의 전시실로 구성된 네오아트센터는 상업갤러리를 표방하며 QR코드 도입한 온라인 도록, 사이버 전시장 등을 선보였다. 네오아트센터는 그동안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용길, 최상철, 류장복씨 등 3人3色(3인3색)전시와 한국 현대도예를 새로운 미학으로 구축한 도예가 김대훈의 기획전 등을 선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화목난로 수집전 등 이색적인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왔다.

네오아트센터는 6일부터 오는 4월 7일까지 '기산 정명희 작가 초대전'과 'Saem 그룹전'을 개최한다.

50여년간 금강과 새를 그려온 정명희 화백은 90여회의 개인전과 몽골, 일본, 독일 등 수십회의 단체전에 참여해 왔으며 안견미술상, 겸재미술상, 대전광역시문화상, GIAF예술상(광화문아트포럼) 수상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고문, 광화문아트포럼 고문, 대전광역시교육청 정명희미술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그는 금강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작업의 모티프로 삼고 기후위기 속 새를 등장시키며 환경의 중요성을 그려낸 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Freedom Trail 4'를 주제로 한 이번 초대전에서는 그간 시, 소설로 선보인 침묵의 언어들을 담은 칼럼집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네오아트센터는 '우리만 보이는 풍경'을 주제로 'Saem 그룹전'도 병행 전시를 이어간다.

박영학- '단아한 23-10', 80x80cm, 장지, 방해말, 목탄, 숯, 연필, 2023
박영학- '단아한 23-10', 80x80cm, 장지, 방해말, 목탄, 숯, 연필, 2023
윤덕수-'느낌', 30x30cmx30p, 알루미늄 위에 우레탄 도장, 2023
윤덕수-'느낌', 30x30cmx30p, 알루미늄 위에 우레탄 도장, 2023
최민건-'A borderline between 24-501', 116.8x91cm, 천위에 아크릴, 2024
최민건-'A borderline between 24-501', 116.8x91cm, 천위에 아크릴, 2024

 

Saem(샘)은 지난 2013년 결성된 현대미술 창작그룹으로 지역을 넘어 창작활동의 영역 확장과 진출을 목적으로 결성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고헌, 박영학, 박진명, 윤덕수, 이규식, 이승미, 최민건, 최부윤, 야마모토 나오키, 이케가미 케이이치, 토마스 사브 총 11인이다. 우물의 의미와 뒤샹의 작품 샘에 대한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예술의 새로움과 창작의 샘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15년 교토A.S.K레지던시와의 전시에 관한 협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서울, 교토, 대전, 청주 등 10여회의 교류전과 그 외 20여회(청주, 오사카 등)의 그룹전을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바라본 사회 현상과 상황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우리만 보이는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축건물 건립 후 재개관한 '나노갤러리'

나노갤러리 전경. 
나노갤러리 전경. 

지난 2019년 문을 열어 운영한 나노갤러리는 지난해 11월 청주시 남이면 대림로 314-9로 신축건물을 짓고 이전해 재개관했다. 지상 4층 규모로 1층은 카페와 2·3층은 전시공간, 4층은 갤러리 사무실로 구성됐으며 각 전시관 당 면적은 360㎡(약 109평)규모다.

나노갤러리는 안수빈 대표가 운영하는 사립갤러리로 회장은 ㈜리슈시티개발 회장인 안명준씨다. 재개관 당시 안명준 회장의 소장품 400여점 중 100여점이 공개돼 선보였는데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운보 김기창을 비롯해 윤형근, 이우환, 김창열, 이왈종, 천경자 작가 등 근현대 작가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예술의 가치를 '나'누고 함께 '노'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이 갤러리는 '보따리 연작'으로 유명한 박용일 작가 초대전 'He-Story@Home'을 개최한 바 있다.

나노갤러리는 이달 27일까지 서울대 미술학 박사 1·2호인 이계원, 신수진 작가의 합동전시 '봄, 색으로 스며들다'를 개최한다.

초대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계원, 신수진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계원-'Allotropism-The Heritage' acrylic on canvas 130.3 x 97.0cm 2019
이계원-'Allotropism-The Heritage' acrylic on canvas 130.3 x 97.0cm 2019
이계원-'Allotropism(同質異形)' acrylic on canvas-board and pinewood, 110.3 x 110.3cm 2021
이계원-'Allotropism(同質異形)' acrylic on canvas-board and pinewood, 110.3 x 110.3cm 2021

 

이계원 작가는 회화의 표면(Surface)을 회화 소재로 삼아 여러 겹의 색 면을 겹쳐놓아 다차원적 관점을 표현하고 있다. 평면을 유지하면서 입체구조를 돌출된 공간에서 연출하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계원은 송은미술대상 대상과 KSBDA 베이징 국제 초대작품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인천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신수진-'Gleaming Through-Yellow' mixed media on canvas 80.3 x 116cm 2019
신수진-'Gleaming Through-Yellow' mixed media on canvas 80.3 x 116cm 2019
신수진-'Forest Glimmer-detai' mixed media on canvas 78 x 156cm 2020
신수진-'Forest Glimmer-detai' mixed media on canvas 78 x 156cm 2020

 

신수진 작가는 회화와 판화적 특성을 함께 활용해 수없이 겹쳐지는 레이어에 선을 그리거나 색을 입혀 추상적 공간을 만드는 작품을 전시한다. 꽃이 피어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숲을 재현하는 느낌으로 조형적 요소들의 조화와 충돌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신수진은 미국 유학시절 'Frameless 99 : National Juried Exhabition of Paper'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예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2003년부터 서울대에 출강하여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의 작품은 경기도미술관, 미국 위스콘신 Madison Art Center 등에 소장돼 있다.

안수빈 대표는 "두 작가 모두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훌륭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라며,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번 초대전을 통해 많은 분들이 두 작가가 이루어내는 다채로운 색의 하모니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 박계훈·김기영 등 '중견 작가들이 운영하는 갤러리'

설치미술가 박계훈 작가는 청주시 운천동 1462에 갤러리 소구무지(SOGUMUJI)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을 위한 열린 전시공간을 표방하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기회를 열어주고 있어 향후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소금항아리와 물 항아리가 묻혀있다는 전설에서 착안한 '소구무지' 갤러리는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마을공원 옆 주택 1층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스테인리스를 이용한 모던한 스타일로 리모델링해 앞서 박계훈 작가의 '낯익은 유령을 마주하다' 전에 이어 조준혁 작가의 'Eat Air:과호흡' 전을 마무리하고 올해 전시를 준비 중에 있다.

박계훈 작가는 지난 2022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와 프랑스 아쉬뒤시에즈 미술센터와의 국제교류 일환으로 3개월간 프랑스에 머물면서 창작활동과 전시를 개최해 호평받은 바 있다. 당시 전시회에서 한지에 아크릴과 오일스틱 등을 이용해 이미지를 그리고, 오린 종이 표면을 부분적으로 열어 보이는 조각적 행위를 통해 망각과 기억, 역사와 예술 사이의 긴장감을 재구성해 주목받았다.

조각가 김기영 작가는 청주시 남이면 2순환로 1800-42에 위치한 이 갤러리는 오는 4월께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충북대학교 미술학과 조소를 전공하고 청주 미술창작 스튜디오 2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그는 현재 대만 타이난 응용과기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으로 대만과 청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사회공헌차원으로 월별 무료대관을 하고 있는 '예일갤러리'(청주시 서원구 사직대로 296), 도예가 김상문의 첫 개인전이 열린 '갤러리 디파트'(청주시 청원구 직지대로 847번길 4), 5년여간 전국의 청년 작가들을 엄선해 실험적인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그 어떤 갤러리'(청주시 청원구 직지대로 832번길 12) 등이 운영되고 있다.

앞서 '갤러리청주'(청주시 흥덕구 가경로 8-1)도 10여년전부터 꾸준히 운영되면서 청주에 문을 연 갤러리 선두주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갤러리 개관소식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규모에 걸맞는 전시기획과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전시취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제기한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A씨는 "갤러리들의 오픈 소식은 반갑지만 작품 대여료나 작가에 대한 예우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단순히 작품판매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기획을 이어나갈 수 있느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작가 B씨는 "한국의 미술시장에서 소위 말해 팔리는 작가들의 작품에만 눈이 쏠려 있어 발전 가능성이 많은 젊은 작가들은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청주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한국공예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까지 갖춘 상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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