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중일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고장 난 차를 고치려 갓길에 정차한 차와 씨름하는 세 명의 여성들에게 경찰관이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이곳에서 차를 고장내면 어쩌자는 거예요?"라며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작정 그녀들을 의심하며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장소를 고른 건 아닙니다"라며 항변해보지만 따지는 거냐며 고압적인 어조로 그녀들을 억누르는 경찰관 앞에서 주눅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때는 1960년대의 미국이며, 경찰관에게 의심을 받은 3명의 여인은 나사의 직원이었으며 흑인이었다. 1960년대 초 미국 나사의 우주 임무 그룹에서 일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마고 리 셰털리의 책 '히든 피겨스: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의 주인공 3명이 그녀들이다.

주인공인 캐서린 존슨은 계산원으로 일했으며, 회사 내에서 많은 차별이 있었다. 커피포트를 사용하자 백인들의 사나운 눈초리가 그녀에게 꽂혀 결국에는 유색인종용 커피포트가 따로 생기게 되었고, 사무실도 유색인종들만의 공간이 별도로 있었으며, 화장실 또한 유색인종용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볼일을 보려면 서류들을 들쳐메고 800m나 떨어져 있는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렇게 먼 거리의 화장실을 오갔던 어느날, 그녀를 찾던 직장상사는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그녀를 나무라며 화장실에서 무얼 하는가 추궁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그녀는 그동안에 겪은 서러움이 북받쳐 이렇게 소리칩니다. "이곳에는 유색인종을 위한 화장실이 없습니다! 이 건물 전체에도 없을뿐더러, 연구소 반대편까지 800m를 걸어가야 볼일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하루에 몇 번 화장실을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커피포트조차 유색인종용으로 구분되어 있어 제가 만지는 커피포트를 불결해하는 수모도 참고 있습니다"라고 울분을 토하게 됩니다.

그때서야 그녀에게 행해졌던 편견과 차별을 깨닫게 된 직장상사는 '유색인종 여자 화장실' 팻말을 부수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유색인종 화장실은 없어, 백인 화장실도 없고, 그냥 변기 있는 화장실일뿐이야, 그리고 나사에선 모두가 같은 색 소변을 본다"라고 말입니다.

주인공이 용기에 한계를 두었다면 직장상사에게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모든 걸 감내하기만 했을 겁니다. 또한 자신이 가진 기득권만을 강조했던 직장상사였다면 위와 같은 편견을 부수는 행동을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 또한 용기있는 결정을 했고, 그것이 옳은 것으로 판단했기에 그런 행동을 했을 겁니다.

김중일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김중일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천재성에 인종이 있을까요? 그리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따로 있을까요? 용기에는 한계가 있을까요? 우리는 때로는 너무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사람을 평가하게 됩니다. 인종, 그리고 성별 등 수많은 여건에 따라서 말입니다. 영화의 직장상사가 얘기한, 같은 색 소변을 보는 동등한 사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 그런 이해와 상호존중 속에서 사회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겁니다. 누군가를 존중하며 이해하려는 당신과 우리는 모두 작은 영웅들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작은 영웅인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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