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채소 물가지수 작년대비 15% 상승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과물 가격 고공행진에 소비자·상인 '시름'
정부, 204억 투입…내달까지 13개 품목 납품단가 인하 지원

12일 오후 청주 홈플러스 과채류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비싼 채소값을 보며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이성현
12일 오후 청주 홈플러스 과채류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비싼 채소값을 보며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이성현

[중부매일 이성현 기자] "1만원으로 파 1단, 애호박 1개, 양파 1망도 못사요."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은 한층 무겁다.

12일 청주 육거리시장을 찾은 남모(71·여)씨는 빈 장바구니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물가가 너무 올라 이제는 요리하는 것보다 사먹는 게 더 나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들고온 돈은 항상 같지만 살 수 있는 물건은 점점 줄어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같은 날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이모(43·여)씨도 "얼마나 채소가 비쌌으면 이곳 과채류 코너보다 조리제품 코너에 사람이 더 많냐"며 "당분간 채소값이 내릴 때까지는 밀키트나 완제품을 사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과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소비자와 소상공인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충북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9%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지난달 채소류의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0.18%포인트(p)였다. 전월(0.13%p)보다 0.05%p 확대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50.1%)와 물가상승률이 특히 눈에 띄었다.

파 물가상승률은 작년 10월(24.7%)부터 11월(39.7%), 12월(45.6%), 올해 1월(60.8%) 등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다.

대파 주요 산지인 전남 신안 지역 등지에 겨울철 폭설 등 영향으로 대파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청주 봉명동농수산물시장을 찾은 정육점 주인 나모(53·남)씨는 "우리 가게는 고기를 사면 손님들에게 파절이를 서비스로 주고 있는데 현재 대파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며 "지난해 약 4㎏에 7~8천원 하던 대파가 현재는 1만9천원 정도에 사야될 만큼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2일 오후 청주육거리시장 내 한 채소가게에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성현
12일 오후 청주육거리시장 내 한 채소가게에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성현

상인들도 속앓이 중이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20년 넘게 채소를 팔아온 김모(64·여)씨는 파 한 단 사가던 손님들이 이제는 반만 요구한다"면서 "전통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비싼 채소값을 보여드릴 때마다 미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봄 대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5월 이전까지 할당관세 물량 3천t을 추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다음달까지 약 204억원을 투입해 13개 과일채소에 납품단가 인하를 지원할 계획이다.

배추는 포기당 500원, 대파는 ㎏당 1천원, 토마토는 ㎏당 1천800원 등이다.

하지만 문제는 채소 뿐 아니라 과일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사과 도매가격은 1년 만에 2배 넘게 뛰어 처음으로 10㎏당 9만원대를 기록했다.

배 도매가격도 15㎏에 10만원 선을 넘었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사과와 배를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수입 검역 문제로 신속한 수입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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