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혁연의 말글로 본 역사(12)

'초순이는 원래 술이라면 냄새도 질색해 왔지만 떡과 순대(★)와 오징어는 어느 장정 못잖게 열심히 먹어 두었다.' -<이문구의 '장한몽'>

조혁연 대기자(충북대 사학과 박사)
조혁연 대기자(충북대 사학과 박사)

전통음식인 순대(★)는 돼지의 창자 속에 고기붙이, 선지, 당면, 채소 따위를 이겨 넣은 후 양쪽 끝을 동여매어 삶은 음식이다. 순대는 1800년대 후반의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표기는 '슌?'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슌'이 '순'으로, '?'가 '대'로 단모음화했다. 음식 연구가 육경희씨의 저서 '순대실록'(2017)에 따르면 순대라는 말은 만주어 '성기두하(senggi-duha)'에서 유래했다. '성기'는 피, '두하'는 창자를 뜻한다. '시의전서'의 '슌ㄷㆎ'는 '성기 두하'가 축약된 말로 보여진다. 순대는 찜 외에 볶음이나 전골로도 먹는다. '규합총서'(1809)는 순대가 아닌, '쇠창자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천안 병천순대가 유명하나 순댓집 없는 전통시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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