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혁연의 말글로 본 역사(13)

'변의 남쪽에 있는 조에는 희생의 왼쪽 갈비를 담은 소반을 올려놓고 변과 두 사이의 조에는 숙육(熟肉 ★)을 담은 소반을 올려놓는다. 무릇 신에게 흠향하는 제물이 제철에 없는 것이라면 그 철에 나는 제물로 이를 대신한다.'-<『고려사』 지15 태묘(太廟)>

조혁연 대기자(충북대 사학과 박사)
조혁연 대기자(충북대 사학과 박사)

태묘는 고려 수도 개성에 존재했던 왕실 종묘로, 성종 11년(992)에 처음 세웠다. 인용문은 임금이 직접 제사를 올리는 친향에 관한 내용이다. '숙육'(★)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육'은 알겠지만 '숙'은 단번에 와닿지 않는다. 『표준국어사전』은 숙육에 대해 '수육의 원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자 숙육이 본래말 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ㄱ'이 탈락, 수육으로 변했다. 수육은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로, 식감이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수육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보쌈이다, 보쌈은 삶은 돼지고기를 편육으로 썰어서 배춧속이나 보쌈김치 따위와 함께 먹는 음식을 말한다. 수육과 삭힌 홍어, 보쌈김치가 곁들여지면 삼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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