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오혜자 / 초롱이네도서관장

죽을 수도 없다 '마하반야바라밀다'

틱낫한 스님이 알기 쉽게 풀이한 ‘반야심경’해설이었다.머리를 식히기 위해 강화에 갔다가 이 책을 만났다.떡갈나무 숲 마니산 자락에서 심호흡을 하며 기를 보강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고,‘반야심경’이야 길에서 만난 손이었다.

전날 절집 서점에서 가장 얇고 글씨가 큰 책으로 한권 사서 들고 다니며 해나 가릴 요량이었다.늦은 점심 대신 도토리묵 한 접시를 앞에 놓고 책을 펼쳤는데 글씨가 큼직해서 눈에 척척 들어왔다.

많이 듣던 색즉시공 공즉시색에서부터 마하반야 바라밀다 모지사바하 주문을 넘어 ‘네 안에 나 있다’에 이르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가 순식간에 펼쳐졌다.속독을 한 것도 아닌데 두 시간 만에 다 읽고 고개를 들었다.석양이 떡갈나무숲을 끌어안고 있었다.

결론은 우리가 죽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이렇게 잘 읽히도록 써 놓았으니,나 같은 불교 경전의 문외한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질량불변의 법칙 운운하며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하는 이야기에도 과학에 취약한 사람이니 어줍지 않게 반박을 하기는 더 어렵다.

흔히 유행하던 말로 ‘아직도 내가 00로 보이니?’하며 주위사람들을 놀리던 것이 생각난다. 틱낫한 스님의 이야기로는 이 말이 진리라고 하니 진리는 참으로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죽음은 곧 순환이고 지금은 다음으로 이어져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보다.물론 나는 내가 세상을 아는 만큼만 그 말들을 이해 할 수밖에 없었다.스님은 ‘우리는 스러져 공기 중으로,땅 속으로,나뭇잎에 까지 닿을 것이니까 이다음에 나뭇잎 속에서 내가 웃거든 반겨 아는 척을 해 달라’는 당부도 하였다.기꺼이 어떤 모습으로든 스님을 알아보기만 한다면 반갑게 합장인사를 할 것이다.

책장을 덮고 알게 되었다. 이제 다 틀렸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제 인간의 사랑은 글렀어라’가 되었다.죽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감정 중에 하나이고 극단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도피처이자 경계선이기도 한 것이다.

지우고 다시 쓸 수 없다니.절망이다.아니,아무리 절망해도 죽을 수가 없다.이제 인간의 죽음은 글렀어라.나는 수많은 생명으로 쪼개어져 다른 무엇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기에 자연의 순환과 전이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몸을 나누어 가질 나무와 공기와 새와 물과 공존하게 되었다. 언젠가 내가 강물이 되어 흐를 때 틱낫한 스님과 만날 수도 있겠다.강물에 떨구어진 나뭇잎 하나 있으면 바로 그 순간이 ‘반야심경’을 손에 쥔 나의 지금과 닮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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