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旣已出家하야 參陪淸衆인댄 常念柔和善順이언정/ 不得我慢貢高니라/ 大者는 爲兄하고 小者는 爲第니/ 당有諍者어던 兩說을 和合하야/ 但以慈心相向이언정 不得惡語傷人이어다.

이미 출가하여 청정한 대중을 모시고 지내는 바에는,항상 부드럽게 하고 화목하며,착하게 순종하는 일만 생각할 것이지,아만심에서 잘난 체 하지는 말라. 먼저 계를 받은 이는 형이 되고,나중에 계를 받은 이는 동생이라.만일에 말다툼하는 이가 있으면 양설(두 사람의 말)을 다 듣고 서로 화합시켜 오로지 자비심에서 서로 어울리게 할 것이며,심한 말을 써서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말지어다.

‘旣已出家’는 ‘이미 출가하여’라고 번역한다.출가에는 의복 출가,몸 출가,마음 출가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처음 머리를 깎으면,승복을 입습니다.그래서 옷은 출가인의 모양이 됩니다.이렇게 옷 만 입고 출가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를 든다면,버스터미널이나 지하도 입구에서 승복만 걸치고 탁발하는 이들은 모두가 ‘사이비’들입니다.정말 옷만 출가인처럼 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리고 산에서 살게 되고,부처님의 제자가 되면 몸도 함께 출가한 사람이 됩니다.이 또한 껍데기만 출가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출가는,마음 출가입니다.마음이 집착의 대상으로부터 떠나야 참다운 출가라고 말합니다.몸은,절에 있으나 세속의 정이나 명예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허울뿐인 출가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가 다 함께 출가해진다면 형식적인 출가나 세속적인 출가를 넘어,마음과 하나되는 완전한 출가가 될 것입니다.

‘淸衆과 和合’은 중(衆)은 ‘무리’라는 뜻입니다.불교의 교단을 범어로는 승가(Samgha)라고 하고,한문으로 옮기면 승가(僧伽)라고 합니다.그래서 스님들의 교육기관을 승가대학(僧伽大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다시 이 말을 번역하면,화합중(和合衆; 화합된 대중)이라고 하고 이것을 다시 줄여서 중(衆)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 말이 잘못되어 스님을 지칭하는 ‘중’이 된 것입니다.원래는 ‘중’이라는 말은 출가인을 지칭하는 단어였으나,조선시대 억불정책이후로 스님을 비아냥거리고 천시하는 단어로 변했습니다.지금은 본 뜻과는 다르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본래 의미와 다르게 쓰이는 대표적인 불교 용어가 바로 ‘야단법석’입니다. 부처님 당시 때나 고려 시대 때는,많은 대중을 수용할만한 강당이나 공간이 없었습니다.그래서 대규모 법회를 할 때에는 야외에서 행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특설 법단을 설치하고 법석을 열었습니다.이러한 법회를 일러 ‘야단법석’이라고 했습니다.

이 법회를 할 때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 복잡하기 때문에 그것을 일러 야단법석처럼 시끄럽다고 한 것입니다.이 말이,이제는 마치 시끄럽고 무질서한 상태를 표현하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율장에서는 비구계를 받은 세 사람,혹은 네 사람이 모이면 화합하여 산다는 뜻에서 ‘승갗란 말은 쓴다고 하였습니다.그러므로 청중은 청정한 대중을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스님들이 모여 사는 도량일수록 더 청정한 대중이겠지요.

그런데 이 ‘중’을 넣어 우스개 소리를 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그렇다면 스님들의 대표가 되는 주지스님은,‘중대장’이 되고 스님이 국어 책을 읽으면 ‘중국어’를 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스님은 조그만 아파도 ‘중환자’이며 작은 일을 하여도 ‘중노동’에 해당됩니다.

참고로,교단을 구성하는 사부대중은 비구(남자스님),비구니(여자스님),우바새(남자신도),우바니(여자신도)입니다.우바새,우바니는 청신사,청신녀로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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