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관장 15일 국립청주박물관서 강의

값 비싼 명화는 아니어도 오래도록 두고 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그림 한 점이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화창한 날,산책을 하며 마주하는 푸릇한 생명과 꽃은 더욱 생기를 부여한다.하물며 오랜세월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매화와 난초,수선화와 목련이라면 마음 속 깊은 우울까지 걷어내기 충분하다.

‘꽃 피는 봄에 그림 속 꽃을 보며 삶의 쉼표를 찍자’

국립청주박물관은 15일 오후 2시 청명관 강당에서 이원복 관장(국립광주박물관)을 초청, 제4기 박물관 연구과정의 두번째 강의를 실시한다. 봄꽃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선 오랜 세월 한자문화권에서 사랑받아온 꽃 그림을 통해 당시 문인들의 내면세계를 살펴본다.


▶화조화(花鳥畵)의 소재와 상징성

조선시대 선비들의 원예에 대한 관심은 무인서화가 강희안(姜希顔,1417-1464)의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또 꽃과 관련한 첫 에세이집으로는 30년대 대표적 민주주의 역사학자였던 언론인 문일평(文一平,1888-1939)의 ‘화하만필(花下漫筆)’에서 잘 나타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을 상찬(賞讚)하며 읊조린 시(詩)와 이를 화폭에 담은 그림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산수화(山水畵)와 인물화(人物畵)에 이어 ‘꽃과 새를 소재로 한 그림’인 화조화(花鳥畵)가 많이 그려졌다. 중국에서 1679년 간행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은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도 교과서로 통했다.

총 12권 중 6권에서 9권까지가 사군자이며, 60여종의 꽃이 등장하는 데 이들 꽃 그림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상징적인 기원을 담기도 했다.


▶사군자(四君子) ‘묵매(墨梅)와 묵란(墨蘭)’

매화·난초·국화·대나무 네 식물을 주로 먹만으로 그린 사군자(四君子)는 문인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였다.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고 난초는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리며 국화는 늦은 가을에 첫 추위를 이겨내고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름을 유지하는 특성 때문에 일찍부터 시인(詩人),묵객(墨客)들이 즐겨 그렸다.

특히 사군자 그림은 직업화가보다는 문인들에 의해 많이 그려졌는데 취미나 여기(餘伎)로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생각과 내면세계를 비교적 자유롭게 화폭에 옮겼다.조선 후기에는 문인화가 이외에 직업화가들도 사군자를 일괄 그리기 시작했다.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의 ‘백매’(간송미술관 소장)는 매화의 격조가 잘 드러난 명품이며 추사의 ‘불이선란(不二禪蘭)’은 묵란의 대표작이다.


▶봄꽃들 ‘수선화, 목련에서 모란까지’

수선화는 ‘파도(波濤) 위의 선녀’라는 의미의 능파선(凌波仙)으로도 불리는데 조선 초 문인화가 강희안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중기 화단에선 찾아보기 힘들지만 후기에 이르면 그림 가운데서 만나게 된다.

조선왕실 문장인 오얏꽃은 매화보다는 작지만 희고 향기가 짙다.모란은 한자문화권에서 ‘꽃 가운데 왕(花中之王)’,최고의 미인을 지칭하는 국색(國色)이란 별칭(別稱)을 얻기도 했다.

즐겨 그려지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과 함께 꽃말이 부귀(富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련은 묵모란의 격조를 한층 끌어올렸으며 조선시대 화가 가운데 가장 여러 가지 꽃 그림을 남긴 지식인 화가인 신명연의 그림 속 모란은 새롭고 근대적인 감각(感覺)을 제대로 드러낸다. / 정리= 김정미<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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