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의 강제에 의해 초등학교 한 여교사가 건물 바닥에 무릎을 꿇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교육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청주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학내에서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주 H초등 학부모 일부가 찾아와 담임 여교사의 징계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 여교사가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무릎을 꿇겠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학부모들은 “이 여교사가 급식시간에 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빨리 하도록 강요해 식사를 하던 학생이 체하는가 하면 식사시간을 못지킬 경우 반성문을 쓰게 하고 심하면 벌도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교권에 땅에 떨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선생님들이 학부모 또는 학생들에 의해 고소ㆍ고발되는 사례를 적지 않이 봐왔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비론을 펴면서도 “그래도 그게 아닌데”라는 말을 수없이 되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래도 그게 아닌데”를 넘어서 정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교사인 듯한 한 누리꾼은 충북도교육청에 올린 글에서 ‘봄에는 봄비가 내려야 합니다. 허나 작금의 교육현장에서는 서러운 비, 슬픔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접하면서 분노가 치밀어 같은 교사의 입장에서 가슴에 窓을 내고 싶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충북도민은 물론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 이 언저리에 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인터넷 사이트 마다 수십 수백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이 사건은 이미 전국으로 확대됐다. 대부분의 내용은 해당 학부모를 질책하는 글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열악한 급식환경에서 비롯됐다. 규모가 큰 학교에서 전교생이 1시간 안에 점심식사를 마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학교는 11시 반부터 점심을 먹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이것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인내’를 요구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굳이 이같은 급식환경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동체 생활을 하고 인내심을 기르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교육 과정이다. 이같은 과정을 수용ㆍ이해하지 못하고 ‘내 자식 만큼은’을 요구하는 것은 학부모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다름이 아니다.

누구의 말처럼 어느 선생님이 자기 제자를 정원수로 키우고 싶지, 잡목으로 키우고 싶겠는가. 이번 사건이 학부모들에게 ‘약’으로 작용, 교육현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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