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 충북도교육청 교육협력관

2주 전 본란에 실린 “엄마! 나,선생 관둘까”를 읽었다는 교직경력 30년 된 제천(堤川)의 한 여선생님이, “요즘 들어 부쩍 교직에 회의적이다. ‘실리적인 가캄나 생각하면서 근무 중이다“라는 자조적인 호소(?)를 해 왔다.

하긴 요즈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일들을 생각해 보면, 이 중견 선생님에게 “복에 겨운 소리 하지 말라”고 몰아붙이기에는 선생님들이 너무 딱하다.

#1) - 아들: “선생님께서 부모님 모시고 오래요”

- 엄마: “아이구! 또 뭘 잘못했길래. 정말 너 땜에 선생님 얼굴 보기 민망해 죽겠다”

#2) - 아들: “엄마! 어제 말이야, 수업 중에 문자 메시지 보냈다고, 선생님이 30분이나 무릎 꿇고 앉아 있으라고 해서, 일어나 걷지도 못했어”

- 엄마: “뭬야? 그딴 걸 가지고 애들을 그렇게 다뤄? 대체 어떤 선생이야. 내일 엄마랑 같이 가서 따지자”

앞의 이야기는,그래도 스승과 학교의 권위가 살아있던 과거 엄마들의 이야기요, 뒤의 이야기는,오늘날 (있을 수)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라면 지나친 과장인가.

어렵다는 ‘선생노릇’이라지만,아주 편하게 할 수도 있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건 말건,핸드폰 조작하며 킬킬대건 말건, 45분만 지나면 된다.

급식 질서를 지키건 말건, 음식을 가려 먹건 말건 간섭할 일이 아니다.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말이다.

어차피 ‘안 되는 아이들’을 혼자 애 쓴다고 될 턱도 없고, 애 쓴다고 누가 알아주길 하나, 잘못하면 아이들이 찍는 동영상에 걸려 ‘큰 일’ 당하는데, 혼자 나설 이유가 없다.

편하게 지내려면 그저 ‘대~충’이 최고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은 신난다. 선생님의 귀 따가운 잔소리 없고,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으니,참 좋다. 공부? ‘그까이꺼 대~충’ 해도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이처럼 선생님이 ‘편하고’,그래서 아이들이 ‘신나는’ 교육현장이라면,참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건 자명하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 기르는 배(船)가 난파(難破) 직전이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아무리 넘쳐도 부족할 터인데, 자칫 모두가 ‘교육포기’의 지름길로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그렇다 치고, 이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2026년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참여의 한계를 넘어 간섭에 이른 학부모들과, 동영상 찍어 선생님 고발할 생각을 하는 아이들과,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생각을 가진 교사들 간의 삼각관계, 그 가운데서 ‘재미있는’ 기사에만 관심을 갖는 세태가 만들어내는 뉴스가 넘치는 세상이 20년 뒤에도 계속된다면, 누가 아이들의 미래를 희망적이라고 할 것인가.

‘요즘 아이들...’ 하며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교육포기의 늪에서 벗어나려면,과거 우리가 그토록 지겨워했던 ‘꼰대들의 잔소리’가,이제부터라도 좀더 당당하게 행해져야 할 것 같다.

정말로 경계해야 할 ‘교육포기’는,교육현장의 “엄마! 나,선생 관둘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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