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의 계절이다. 어여쁜 여자가 한을 품고 죽어 하얀 소복에 긴 머리 풀어헤친 채 어스레한 달빛이 비추는 밤 낡은 방문을 삐걱 여는 화면은 여름이면 습관처럼 생각나는 공포의 한 장면.

시대가 흘렀지만 여전히 공포 영화의 주인공은 여자가 대부분이다. 올해는 특히 신-구 세력의 대결이 눈에 띈다. 꾸준한 인기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30대 여배우와 신선한 새 얼굴이 각기 다른 공포의 맛을 전한다.

◇공포에도 완숙미가 있다
송윤아의 '아랑'(감독 안상훈, 제작 더드림&픽쳐스)이 29일 제일 먼저 선보인다. 송윤아로서는 '페이스'에 이어 두 번째 출연하는 공포 영화다. '페이스'에서는 죽은 원혼이었지만, '아랑'에서는 원혼을 쫓는 형사다.

단아한 이미지의 송윤아는 강력반 형사로 등장해 샌드백을 치고 발차기를 하는 등 모처럼 터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감을 드러내는 건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한 내면 연기.

그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변신을 했다고 했는데도 많은 분이 그렇게 느끼지 못하시는 것 같다"면서도 "여자형사라고 해서 꼭 터프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민소영 역은 오히려 여성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소영의 4년 만의 복귀작 '아파트'(감독 안병기, 제작 토일렛픽쳐스)도 주목받는 공포 영화. 7월6일 개봉할 이 영화는 '가위' '폰' '분신사바' 등으로 공포 영화를 흥행 장르로 올려놓은 안병기 감독과 고소영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제작보고회를 통해 잠시 선보인 영상은 섬뜩하고 잔혹한 장면이 꽤 박혀 있어 전형적인 슬래시 무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고소영은 혼자 이 영화를 끌고나가는 세진 역으로 출연한다.

"상대 배역 없이 연기해야 해 연기 동선을 정하는 등의 문제가 힘들었지만 안 감독을 믿고 따랐다"고 소감을 밝힌 고소영은 "힘들게 찍은 만큼 좋은 평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창 안면도에서 촬영 중인 '스승의 은혜'(감독 임대웅, 제작 오죤필름ㆍ화인웍스)에는 오미희가 출연한다. 작년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통해 영화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새삼 드러낸 오미희가 이끌고가는 작품. 신예 서영희와 호흡을 맞춘다.

16년이 지난 뒤 7명의 제자가 병상의 선생님을 찾아온다. 이들은 모두 박선생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삶이 통째로 바뀌었다. 오미희는 박선생 역을 맡아 공포의 중심에 선다.

에로 영화 전문 감독인 봉만대 감독이 장르 전환(?)을 시도하는 '신데렐라'(제작 미니필름)에는 도지원이 출연한다. '맨발의 기봉이'에 잠깐 등장했던 도지원은 자식 사랑이 도가 지나친 성형외과 의사 역을 맡았다. 성형을 공포의 주제로 삼은 이 영화를 촬영 중인 도지원은 "평소 공포 영화를 무서워서 보지 않았다. 내가 연기해놓고도 모니터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제2의 하지원'을 꿈꾼다
하지원은 '호러 퀸'으로 부상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가위'(2000년) '폰'(2002년)의 흥행 성공을 통해 '호러 퀸'이란 애칭을 얻은 후 '색즉시공'으로 스타로 안착했던 것.

제2의 하지원을 꿈꾸는 여자 신인 배우가 올해는 유난히 많다.

우선 '연리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마파도'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후 '신데렐라'에서 첫 주연을 맡은 서영희가 눈에 띈다. 8월3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 서영희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초등학교 은사인 박선생과 함께 사는 남미자 역을 맡았다. 초등학교 동창 6명을 불러들이는 바람에 박선생의 별장에 핏빛 공포도 함께 부른다.

"꼭 출연하고 싶었던 공포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아 두 가지 꿈을 모두 다 이뤘다"는 서영희는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종종 자다가 가위에 눌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마 '천국의 나무'로 주연 신고식을 치른 박신혜는 모처럼 등장한 '소복 귀신' 영화 '전설의 고향'(감독 김지환,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에서 쌍둥이 자매 1인2역을 맡았다. 재희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이 영화에서 박신혜는 단아한 느낌과 함께 공포를 선사하는 한국형 공포 영화를 만들어낼 작정. 이 영화 역시 8월 개봉 예정이다.

드라마 '토지'에서 청소년기의 서희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신세경도 '신데렐라'를 통해 호러 퀸에 도전한다. 예뻐지고 싶어 성형수술을 받은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현수로 출연하는 신세경은 이제 겨우 17세의 나이답게 발랄하고 풋풋한 이미지로 색다른 공포 영화를 선보인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 외에도 CF스타 장희진도 고소영 주연 '아파트'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신데렐라'에는 드라마 '폭풍 속으로'에서 얼굴을 알린 신예 안규련이 조연으로 출연하는 등 조연진 중에도 눈여겨볼 만한 신인들이 꽤 많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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