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발굴 뒷얘기-122.삿뽀로 국제회의(2)
이융조 / 충북대 박물관장, 한국선사문화 연구원장
이러한 흑요석이 산 전체를 덮고 있고 그 중에 큰 것은 5×3m정도의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우리 참가자들은 이 바위에 걸터앉아 기념촬영을 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다시 확인된 바이지만 시라다끼마을을 둘러 감싸고 흐르는 냇가에 있는 많은 자갈돌들이 겉색으로는 회색빛이었지만 이것들 모두가 흑요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70년대 초반에 석장리유적을 발굴하면서 엄지손톱 크기만한 흑요석제 밀개를 찾고 손보기교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조그마한 잔치를 벌이기도 하였다. 또, 팔당댐수몰지역 발굴로 양평 앙덕리고인돌에서 찾은 흑요석(그 크기도 엄지손톱만하다)과 양평 교평리에서 찾은 흑요석격지, 그리고 수양개유적에서 찾은 새끼손톱만한 흑요석만을 보아 온 필자에게는 정말 놀라운 풍경과 유적의 현상에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야 할지 한참 혼돈스러웠다.
한국의 학자들께 선물할 생각으로 기무라조직위원장의 양해를 얻어서 아내와 함께 주먹크기만한 자갈돌 20여개를 싸가지고 산을 내려왔다.
시라다끼마을에서 있었던 일 중에 하나는 이곳 시골에 공의(公醫)로 있었던 김박사(이름은 잊었다)에 관해서다. 김박사는 한국에서 정년퇴임을 한 후 이곳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는 동안 그와 ‘호형호제’하면서 친분을 쌓은 촌장이 우리들을 극진하게 대접하느라 러시아 · 중국학자들과 함께 필자를 우리가 말하는 2차로 자리를 옮겨 정종 큰 병으로 대접을 받았던 것도 시라다끼에서의 좋은 추억이다.
이 곳에서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어느 큰 숲 속으로 안내되었는데 차에서 내려서 약 2Km쯤 걸어가 통나무집에서 머물며 노천온천을 즐겼던 일이다. 주위에 있는 높은 산에는 아직도 눈 덮인 산봉우리들이 시선을 시원하게 해 주었던 달밤에 우리들은 국제회의참가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환희로 온천물에 몸을 담궜다.
물위에 띄어놓은 통나무 위에 적당하게 찬 맥주와 안주를 놓고서 맥주를 들고난 뒤에 통나무를 상대방에게 떠밀어 보내면 다시 앞에 있는 외국 친구들이 들고는 또 그 옆 친구에게 밀어주는, 정말 천국에서나 경험할 법한 좋은 추억을 갖게 되었다. 인생과 자연과 학문, 그리고 우정을 이야기 나누었던 그때의 친구들이 다시 생각난다.
이렇게 홋카이도에서의 즐거웠던 일주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조직위원장인 기무라교수 내외와 함께 저녁을 먹고 그의 집으로 초대되어 또 한 차례 부산떠는 파티를 갖고서 우리 모두 불그레한 얼굴로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도 기억에 남지 않은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갖고는 호텔로 돌아와 깊은 잠으로 떨어졌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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