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될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감독 조범진ㆍ제작 스튜디오 2.0)이 5일 저녁 홍대 앞의 한 클럽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본격 성인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는 '아치와 씨팍'은 1998년부터 기획작업에 들어가 기획기간 2년, 제작기간 5년을 거쳐 8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된 작품이다.

독특한 줄거리와 2천 컷이 넘는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현란한 비주얼, 신나는 음악과 류승범ㆍ임창정ㆍ현영ㆍ신해철 등이 가세한 목소리 연기까지, 영화는 볼거리도 가득하다.

인간의 배설물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건설된 미래의 도시를 배경으로 에너지원 축적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환각성분인 '하드'를 밀거래하는 '양아치' 아치와 씨팍의 이야기가 기둥줄거리.

아치와 씨팍의 목소리 연기는 류승범과 임창정이, 씨팍의 연인 '이쁜이' 목소리는 현영이, 하드 부작용으로 돌연변이가 된 '보자기 갱'의 두목 '보자기 킹'의 목소리는 가수 신해철이 각각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조범진 감독과 김선구 프로듀서, 스튜디오 2.0 김승범 대표, 현영ㆍ신해철 등이 참여했다. 두 주인공인 류승범과 임창정은 개인적인 이유로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아치와 씨팍'은 미국 디즈니나 일본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드는 패밀리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예상되는 논패밀리(Non-Family) 애니메이션"이라고 소개했고, 조 감독은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인데 모든 작업이 끝나 시원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제작진ㆍ배우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게 됐나.

▲목소리 연기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지난해 후반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하고 '이런 내용으로도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나?'라고 생각할 만큼 내용이 독특했다. 견본 테이프를 보고 결정을 했고 녹음을 마치고 난 뒤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도 목소리 연기 제의가 있으면 계속할 생각이다. (현영. 이하 현)
▲보자기 킹 목소리 연기가 데뷔 이후 따라다녔던 미소년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해 기꺼이 제의에 응했다(웃음).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마니아고, '아치와 씨팍'은 지나치게 기술력을 과시하거나 감독의 세계관이 투영된 작품이 아닌 대중적 애니메이션이라 끌렸다. (신해철. 이하 신)
--7년이라는 기간에 제작했는데 중간에 바뀐 부분은 없는지.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재미없어져 스토리를 자주 바꾸는 일을 반복했다. 이야기가 너무 독창적이라 관객의 구미에 맞을까도 걱정했다. (조범진 감독. 이하 조)
--목소리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쁜이는 대사보다는 비명 지르는 장면이 더 많다. '이렇게 비명 지르다 뒷골 잡고 쓰러지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감독님이 "현영 씨 스타일로 해 주세요"라고 주문해 부담 없이 내 스타일대로 연기했다. 다양한 비명소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성우처럼 하려고 욕심내지 않았다. 감정을 살리는 데 충실했다. 요즘은 디지털 편집기술이 발전해서 극중 인물의 입 모양에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해도 기계가 다 알아서 입 모양을 맞춰준다. 녹음하는 기간 굉장히 즐거웠다. (신)
--극중 인물과 목소리 연기자들의 캐릭터가 비슷하다. 미리 배우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구상했나.

▲그런 건 아니다. 아치 캐릭터를 구축한 뒤 우연히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봤는데 영화에 출연했던 류승범이 눈에 띄더라. 아치와 비슷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류승범을 아치 역으로 캐스팅했다. 내가 류승범을 처음으로 주연배우로 캐스팅한 사람이다(웃음).

현영 씨나 신해철 씨의 경우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은 아니다. 만들면서 두 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했다.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조)
--극중에서 욕을 하는지.

▲욕 많이 한다. 어른이 된 이후에는 욕할 일이 별로 없는데 이번 이쁜이 역을 하면서 스트레스 팍팍 풀리게 많이 했다. 극중에서는 욕설 앞 부분에 악센트를 많이 주는 식으로 욕을 한다(웃음). (현)
▲보자기 킹은 욕하는 대목이 없다. 몇 가지 욕을 해보겠다고 감독님에게 제안했는데 캐릭터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당했다. 대신 극중에서 랩을 선보인다. (신)
--액션 장면이 실사영화를 보듯 현실감이 있다.

▲어떻게 액션 장면을 표현할까 고민 많이 했다. 액션 장면을 만들면서 계속 검사하고 수정했다. 이런 작업을 최종 편집까지 반복했다. 괜찮다는 반응이 나와 기분이 좋다. (김선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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