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슈퍼맨이 동성애자라는 주장이 제기돼 미국에서 논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28일 영화 '수퍼맨 리턴즈'의 개봉을 앞두고 과연 슈퍼맨이 게이인가 아닌가 논쟁이 일게 된 계기는 미국의 대표적인 게이잡지인 '어드보커트'(Advocate)가 최근 커버에 슈퍼맨의 사진을 싣고 "슈퍼맨은 얼마나 게이인가'라는 제목을 달아 특집으로 다루면서부터.

기사는 슈퍼맨이 동성애자라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그가 눈에 번쩍 띄게 잘 생겼다는 점, 그리고 특히 로맨스를 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 하는 이중생활을 한다는 점 등 동성애 남성과 비슷한 부분들을 거론하면서 슈퍼맨이 게이로서 커밍아웃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가십 등을 다루는 웹사이트인 디패이머는 '수퍼맨 리턴즈'의 포스터와 수집용 카드 등을 들면서 슈퍼맨의 게이성을 이야기했다. 심지어 수집용 카드에는 슈퍼맨이 옷장에서 '커밍아웃'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이 같은 게이 논란에는 또한 새로 슈퍼맨 주인공을 맡은 브랜든 루스가 지난달 게이잡지인 '아웃'이 실시한 가장 멋진 동성애 아이콘 투표에서 패리스 힐튼에 이어 2위를 차지, 게이들에게 성적 매력이 있다는 점과 또 감독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가 잘 알려진 게이 감독이란 점도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잡지의 주장을 계기로 각종 인터넷 블로그와 채팅룸에서 슈퍼맨의 게이 논쟁이 열띠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일자 신문에서 과연 슈퍼맨에 대한 게이들의 관심이 영화의 흥행에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를 따져보는 기사를 실었다.

LA타임스지는 할리우드의 베테랑 마케팅 전문가 6명에게 이 질문을 했는데 그중 두 명은 게이들의 관심이 실제로 관객 층을 넓힐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게이들이 지지한 '엑스맨' 시리즈의 성공과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관심을 예로 꼽았다.

브라이언 싱어가 1,2편을 감독한 '엑스맨'은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돌연변이들에 대한 포용 등의 주제가 동성애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동성애 지지자를 거느리는 프랜차이즈가 됐다.

그러나 네 명의 전문가는 두 가지 면에서 박스오피스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첫째는 보수적인 지역에 사는 10대 관객의 경우, 여전히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열띤 응원은 오히려 이들이 영화를 안볼 가능성을 높일 것이며, 두 번째는 이러한 논의가 영화의 로맨틱한 측면을 강조해 하드보일드 액션을 좋아하는 10대 관객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비록 '브로크백 마운틴'의 게이 러브스토리가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성인드라마였고, 젊은 층을 겨냥하는 제작비 3억 달러의 '수퍼맨 리턴즈'와는 근본적으로 입장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LA타임스의 질문에 노코멘트를 했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조심스럽게 동성애인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 워너는 2천만 가구를 시청자로 거느리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게이 채널인 로고에 영화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워너는 지난 97년 '배트맨과 로빈'이 동성애적 사랑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흥행에 망한 경험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슈퍼맨과 게이의 연관성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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