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손순옥 / 화가

역동적인 것이 눈에 많이 보입니다.
시 한편,그림 한 점에 마음 동하듯이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풍성하게 알려 주는 작은 사건들이 매일 지나갑니다.빈약한 존재의 삶을 일깨워주는 작은 것들의 조용한 외침이 스며드는 일상 안에는 환한 꽃이 되는 생생(生生)함이 들어있습니다.그 작은 틈도 허용하지 못하는 생의 극점에서 만나는 슬픔들을 많이 보아옵니다. 현재의 차갑고 수척한 기운을 회복하는 도시 공동체의 나눔이 더욱 필요합니다.
개정선거법에 일찍이 후보자를 알리고 지방선거의 위력을 과시하듯 건물 곳곳을 화려하게 메웠던 현수막들도 내려졌고 들뜨던 분위기도 가라앉나 하였더니 월드컵의 또 다른 열기는 무더위와 팽창하듯 뿜어져 나옵니다.
그 시멘트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고 삼보 일 배를 드리던 중증장애인을 둔 부모님의 모습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지방선거 과정 중에 중증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를 외치던 장애인들의 삭발과 함께 울고 있던 장애인 부모님들의 모습이 제게는 가장 큰 정책으로 보였습니다.
장애인 인권을 내용으로 참여했던 후보자들의 주된 공약이었던 ‘활동보조인 제도’ 정책은 장애인의 도우미나 자원봉사자 개념과는 다른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며 자립생활을 하고자 하는 절실한 생의 목표인 것입니다. 그 삶의 역할을 함께 부여받은 활동보조인은 살아있는 현재를 나누는 충분한 것입니다.
지방선거 내내 지역의 미래를 위한 많은 정책들이 오고 갔다고 하나,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 현재의 살아있는 정책들은 무엇이었고, 나눔의 어떤 의미들을 남겼는지 묻고 싶습니다. 전략적 선거가 뭐 길래 총선의 전초전인 듯 정당정치와 대선의 구도에 인물이나 정책을 뒤로 박제화 되어가는 한 복판에서 외치던 소리들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어려움과 극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절실한 움직임으로 생생함이 다릅니다. 생의 극점(極點)은 분기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맨 바닥에서 삶을 시작하는 외침에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어려움에 직면한 그 슬픔을 통과한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새로운 에너지,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도심 가득히 환한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역동 성 안에 있는 풍성한 삶을 지향하는 존재가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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