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커스

송덕호 / 미디어연대 사무처장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산의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은 작은 미디어센터의 성공사례로 주목할만 하다.

공간은 겨우 20여평이 될까 말까하고 장비도 가정용 비디오카메라와 영상편집이 가능한 컴퓨터 몇 대,그 밖의 상영장비와 대여를 위한 DVD가 거의 전부인 곳이다. 기존의 미디어센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규모이고, 공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세워진 시설이다.

하지만 그 어느 곳 못지않은 활력과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토리미디어사랑방 설립자인 한현주 씨는 몣어린이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미디어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아 능동적으로 참여하고,동시에 미디어를 즐길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을 만들었다몤고 한다.

‘직접 해 봄으로써 배우는 것(learning by doing)’ 이상 좋은 것이 없다는 신념이 그 바탕이 되었다고도 한다.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멀티미디어센터’라고 스스로를 부르고 있다.여기서 멀티미디어란 ‘영상,음성,문자 등 여러 미디어를 한데 아우른 혼합매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은 기존 미디어센터들이 ‘영상’미디어센터로 스스로를 정의 내릴 때 이미 그 한계를 넘어 ‘멀티’미디어센터로 나아간 것이다.그래서인지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의 미디어 교육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영상제작교육은 기본이고 애니메이션, 디지털카메라, 가족신문 만들기, 포토샵, 프리젠테이션 기법, 오디오 녹음 및 편집, 컴퓨터 활용 등을 망라하고 있다.

시네마테크 기능도 하고 있어 DVD가 1000여장 이상 비치되어 있고 매월 상영회와 해마다 야외영화제를 열고 있다.이 상영회와 야외영화제를 통해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만든 작품이 상영되고,KBS ‘열린 채널’ 등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 교육의 내용과 결과는 더 흥미롭다.아이들의 만든 영화 ‘우리 사이’는 잔소리 하는 어머니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매우 흥미롭고도 재미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생각을 확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서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드라마와 다큐를 혼합한 형식의 영화로 대본과 촬영을 모두 직접 아이들이 해낸 작품이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인권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동네의 곳곳에서 나는 여러 소리를 아이들이 직접 채록해 CD로 제작한 ‘우리 동네 잘잘잘’은 동네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동네사랑을 심어가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게임이 좋은 이유를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어른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고,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며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해간다.

매월 열리는 상영회 땐 지역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베개를 들고 모여든다. 웬 베개인가 하면 모두들 마치 동네 사랑방에 마실 나온 것처럼 그냥 바닥에 자유롭게 누워서 상영회를 즐기기 때문이다.

야외영화제는 동네의 놀이터에서 벌어지는데 5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몰려들어 성황리에 진행된다.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은 작지만 지역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고, 미디어 교육의 프로그램들을 자기의 주위에서 그 소재와 주제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매우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 교육은 센터의 크기에 의해 좌우되기보다는 그 내용과 방법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도토리미디어사랑방의 사례는 이야기해주고 있다. 시설을 크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 효과가 스스로 발휘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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