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 충청북도여성단체협의회 사무국장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자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현관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지들이다.

모양도 색깔도 각양각색이어서 곧장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민망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광고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이 있는 날 밤 우리 동네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모여 응원한다는 작은 광장에 응원하러 나갔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빨간 불이 들어오는 뿔이 달린 젊은 악마들이 하나가 되어 함성과 열정을 토해내는 광장의 바로 옆길은 신기하게도 아스팔트 바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차선 도로의 양 옆은 빼곡히 주차해 있는 차량들이 전시회라도 하는 듯 늘어서있고 겨우 남겨진 좁은 길바닥에는 알 수 없는 광고전단들이 어찌나 많이 버려져 있는지 그 많은 쓰레기 양에 깜짝 놀랐다.

젊음과 열정이 폭발하는 광장의 사람들과 차바퀴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끝에 채여 찢기고 구겨진 채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 전단지로 끔찍한 거리의 대조가 이율배반적이고 불평등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여 외로웠다.

청소는 아예 생각지도 못할 일일까? 큰길 안쪽의 우리 동네는 늘 그렇게 정보가치를 상실한 쓰레기들로 북적거린다. 그런데 쓰레기로 북적대는 곳이 어디 거리뿐이랴!

모두가 경험하고 있겠지만 핸드폰과 메일에도 불필요한 광고들이 불쑥 찾아들어와 용량을 초과시켜 불편을 주거나 일일이 휴지통에 버려야하는 번거로움을 초래하기 일쑤고 그중에는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양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것들도 다수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선 늘 신경 쓰고 주의해야하는 번거로움도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한 온라인 업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쓰레기 메일의 수신과 저장 그리고 그것을 삭제하는데 드는 총손실이 5조 9000천억에 다르며, 한 개인이 메일을 지우는데 드는 시간도 연간 30시간으로 비용으로 환산하면13만 5천원에 이른 다고 하니, 불법 광고 쓰레기들의 문제는 비단 번거로움과 불편을 초래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국가적인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광고물량이 공해의 차원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데도 사람들은 정작 이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을 요구하거나 고민하기 보다는 일종의 면역상태에 빠져 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계속적으로 버려지는 광고 전단지들과 생활쓰레기들로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거리에서 우리는 월드컵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에너지절약을 위해 관공서 출입에 5부제 차량제한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10부제다, 5부제다 생활에 불편을 주는 에너지 절약 운동보다는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려는 정책적 대안이 아쉽다.

월드컵을 통해 세계가 놀란 우리 국민의 단결력과 무한한 잠재력이 축구응원 뿐 아니라 생활 속의 민주시민의식으로 되살아나 쓰레기 공해 없는 깨끗한 거리, 살기 좋은 우리 고장을 만드는 일로 발현되었으면 좋겠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 떨어진 쓰레기를 주울 줄 아는 사람이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우리들의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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