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영화계가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나, 독립 혹은 인권영화가 아니라 장편 상업영화가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의 접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말아톤'이 지핀 불씨가 '맨발의 기봉이'를 거쳐 올 하반기 '바보' '허브' '번트' 등의 작품을 통해 만개할 전망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들 작품은 모두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지향한다. 비록 아이큐는 낮지만 그것은 숫자에 불과하며 행복의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것. 핸디캡을 안고 살지만 이들 개개인의 인생 역시 소중하고 값지며, 그들의 순수함은 주변에 따뜻함과 용기를 전파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들 영화에 대해 고단한 현실을 무시한 낭만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번트'를 제작하는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는 "세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낙관적인 시선이라기보다는 작은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아톤'은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키고, '맨발의 기봉이'는 정상인을 부끄럽게 하는 장애인의 지극한 효심을 보여줬다. 앞으로 선보일 이들 작품 역시 사회적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번트(감독 박규태, 제작 타이거픽쳐스)
10일 전주에서 크랭크 인한 '번트'는 아이큐가 60인 11세 소년 동구의 이야기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것으로, 장래 희망은 더 큰 주전자로 물을 줄 수 있는 야구부 물 당번이 되는 것이다. 영화는 그런 동구가 정수기의 등장으로 생애 첫 위기를 맞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안녕, 형아'에서 '옥동자'를 흉내냈던 아역배우 최우혁이 동구를 연기하며, '왕의 남자'의 정진영이 동구의 자상한 아버지로 출연한다. '달마야 놀자'의 시나리오를 쓴 박규태 감독의 연출 데뷔작. 전북 올 로케이션으로 만들어진다.

조철현 대표는 "제목이 '홈런'이 아니라 '번트'인 이유는 모자란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이 거창하게 그려지는 게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브(감독 허인무, 제작 KM컬쳐)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인 스무 살 처녀 상은의 이야기다. 그녀가 겪는 엄마와의 이별과 첫사랑의 벅찬 경험을 그려낼 예정으로 2일 춘천에서 크랭크 인했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정신이상자 '여일'을 사랑스럽게 연기했던 강혜정이 이번에는 장애 연기에 도전한다. 그의 엄마 역은 배종옥이 맡았다.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허인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KM컬쳐의 류은숙 홍보실장은 "사회적으로 남자 장애인보다 여자 장애인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서 "'허브'가 좋은 시나리오였음에도 충무로에서 5년간 묵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영화의 신파적인 요소를 거둬내고 좀더 명랑하고 밝게 각색했다"고 밝혔다.



◇바보(감독 김정권, 제작 와이어투와이어필름)
차태현ㆍ하지원이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된 '바보'는 5월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다.

강풀의 동명만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이 영화는 천사 같은 바보 청년 승룡의 이야기다. 극중 승룡의 나이는 27~28세의 설정. 영화에는 승룡과 함께 그가 목숨처럼 아끼는 세 사람, 바보 오빠를 부끄러워하는 모진 동생, 승룡이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지망생 지호, 오랜 친구 상수가 등장한다.

'동감',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김정권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정상적인 몸을 가진 우리가 오히려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은 이들이 잊었던 것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바보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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