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퇴임하는 이원종 충북지사

대담=박상연 부국장

이원종 충청북도지사가 30일 퇴임한다. 올 1월 갑작스런 정계은퇴 및 도지사 불출마 선언이후 최근 지인들이 인사차 수시로 드나드는 와중에 틈을 내 집무실에서 이 지사를 만나봤다. ‘아름다운 은퇴’를 앞둔 이 지사는

▶공직생활 40여년을 마감하는 소회가 남다를 텐데?

-한마디로 참 고맙다, 이렇게 행복하게 공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그러니까 1963년 공직을 시작해서 대학에 교수와 총장으로 재직했던 3년을 빼면 41년간을 공직에 머문 셈이다. 공직생활 40여년을 되돌아보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는데 이젠 마음놓고 쉴 수 있어 좋다. 그동안 함께 나를 도와 열심히 일해준 공무원과 신뢰를 보내준 도민들에게 감사드린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10여년 충북에서 살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고 행복했는데 이들과 멀어지는게 좀 섭섭하다.

▶퇴임후 계획은, 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퇴임은 제3의 나의 인생의 시작이다. 퇴임이후에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를 찾기위한 당분간 철저한 자연인으로 휴식기를 갖고 싶다. 퇴임과 동시에 우선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다. 생활근거지가 서울인 만큼 상경에서 지내고 충북에는 개인적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들를 계획이다.

퇴임후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행정학 관련 책을 내는 일이다. 오랜 공직경험을 바탕으로 행정실무에 대한 집필을 하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공무원들이 퇴임후 자서전식으로 글을 쓰게되면 자기 자랑만 늘어놓게 되기 때문에 글을 쓰더라도 내 얘기가 아닌 행정 얘기를 하고 싶다.

▶도지사 불출마 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며 후회는 없는지, 또 앞으로 정계입문 소문도 있는데?

-평소 가장 정점에 섰을 때 물러나는 것을 꿈꿔왔으며 동양화의 여백처럼 조금은 남기고 떠나야한다는 생각이었고, 이제야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탈무드의 ‘과일나무’이야기 처럼 나무를 심은 사람이 꼭 그 열매를 따 먹는 사람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다.

또 도지사 불출마 선언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특히, 남자는 인생에서 두번 (사람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직업을 그만둘때이고, 또 하나는 세상을 하직할 때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은퇴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정계 은퇴한 마당에 더이상 정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정치는 시류에 맞는 사람을 요구한다. 또 (오라고 불러도) 안간다.

▶충북도민의 수장으로서 충북의 굵직한 현안의 중심에 서 있었는데 보람이라면.

-민선2, 3기는 150만 도민들의 단합된 노력으로 오랜 숙원과 지역현안들이 실타래 풀리듯 해결되어 도민들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지역발전의 기반을 확충했다고 볼수 있다. 경부고속철도 오송역 건설을 비롯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 청남대 개방, 증평군 승격, 문장대ㆍ용화온천개발저지, 행정도시 건설 합헌 결정 쟁취, 국가대표 선수촌 및 국가기상위성센터 진천 유치등 현안이 해결되었다.

특히 21세기 첨단산업인 바이오산업을 선점하고 도내 전역에 걸친 첨단산업벨트 조성을 구체화하여 바이오토피아 충북건설을 본격화한 것은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충북도민들도 지역발전을 위해 역량을 한데 모으면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된 것도 큰 수확으로 볼수 있다.

▶1992년 관선지사로 청주시청 기자실을 방문했을 때, 청주가 인구만 늘어나는 도시가 아닌 청정 청주의 이미지를 가져야한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있다. 청주가 어떤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가?

-아마도 청주가 갖고 있는 특성을 잘 살린 도시가 되길 바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구만 많다고 좋은 도시는 아니지 않는가? 이제 청주는 한국의 중심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는 2012년이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인근에 들어서고 행정도시의 관문역인 오송역이 생겨나고 청주공항과 오송, 오창, KTX가 연계된 청주는 세계의 중심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지만 개성있는 도시로 나아가야한다.

▶평소 건강유지의 비결을 알고 싶다.

-우선 잘 먹는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아침마다 1시간 정도 스트레칭과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신앙을 갖고 기도하는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우선 큰 그림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공무원은 물론 모두가 지금은 글로벌 시대인만큼 크고 넓은 안목을 키워야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옳은 자에 편에 설 것을 주문하고 싶다. 사람은 가까운 자의 편에 서기는 쉽지만 옳의 자의 편에 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행동을 해라는 것이다. 행동을 하지 않고 남의 행동을 비판만 하면 자기 발전도 없고 자기도 비판받게 마련이다. 목표를 세워놓고 일하기에 바쁜 사람은 남을 비판할 시간도 없다. 오로지 행동으로 옮길뿐이다.

"떠날 때도 조용히…" 당신은 진정한 충북의 어른

취재 후기

제천 봉양에서 농부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이원종 지사는 외할머니가 ‘알토란같이 야무지다’는 의미에서 ‘알쫑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등록금을 면제해주던 체신대학에 입학했고, 낮선 서울생활과 고시공부에 몰두하던 학창시절엔 영양실조까지 걸려 폐결핵으로 5년간 투병생활까지 해야만 했다.

1965년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이 지사는 1966년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 서울시 공무원을 시작으로 대통령 비서실 내부행정비서관, 서울특별시장, 충북도지사에 이르렀다.

이 지사는 충북도를 떠나면서 머문 자리가 표시나지 않게 하기위해 위해 퇴임식도 외부인사 초청없이 간단하게 치르도록 했다고 귀뜸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나서야 충북도민의 수장이 된 이 지사는 주변 환경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지사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강조했다. 책임자(지도자)는 많은 사람과 화합하고 남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동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이 이 지사의 지도자론이다.

다양한 책과 고전과 즐겨 읽는다는 이 지사는 인터뷰 중에도 남(상대방)을 배려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부드러운 말속에는 힘이 있고 뼈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운 용퇴를 하는 이 지사는 충북도민들에게 나설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큰 인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 지사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기자를 다시 불러 오프더레코드(비보도)라며 사적인 얘기를 들려주는 마음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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