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 교황청대사 장인남 대주교

中每 초대석

한국 유일의 로마 교황청 대사(주 방글라데시)인 장인남 대주교가 최근 여름 휴가를 맞아 청주를 찾았다.

청주는 그의 육신적 고향이자 신앙의 못자리 역할을 한 곳으로, 금년은 그가 주교서품을 받은지 30년이 되기 해이기도 하다.

8일 형 장인산 청주교구 총대리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는 청주 수동성당에서 그를 만나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대신 물어봤다.

-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국가로 알려져 있다. 로마 가톨릭에서 보면 미개척지와도 같다. 물론 중동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교리를 택하고 있지만 선교사업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나.

“전체 인구 1억4천만명 중 88%가 이슬람 교도이다. 가톨릭 신자는 3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직접선교는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가족과 사회적 압력 때문에 가톨릭으로 개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간접선교에 주력하고 있다”

- 구한말 서양 선교사들도 국내 진출후 처음에는 교육, 의료사업 등을 지렛대로 삼아 간접선교를 했다. 이와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되나.

“맞다. 아주 유사하다. 현재 방글라데시 전국 500여개 성당에서 어린이 학교를 열어, 문맹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리고 병원, 의원, 진료소 등을 통해 의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이를 통해 의료 혜택을 받은 인구가 5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밖에 일부 성당은 분만소도 운영하고 있다”

- 여름휴가 때면 매년 한국, 그중에도 청주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머니(임정환 여사ㆍ86)의 건강이 걱정되기 때문인가.

“어머니는 나를 육신적으로 낳았지만, 신앙적으로도 나를 낳았다. 6.25때 아버지가 전사(당시 국군장교)한 후 온갖 고생속에서 기도 하나로 나와 형을 키웠다. 때문에 지금도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지금은 골다공증을 앓는 등 건강이 매우 안좋다. 불효하는 마음이 이억만리서 늘 기도를 하지만 옆에 있는 것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 대주교에 있어 청주는 육체적, 종교적 고향이다. 따라서 한국인 처음으로 교황청 대사가 됐을 때 가장 기뻐한 곳이 청주교구 신자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서 청주교구는 다른 어떤 교구보다 방글라데시 선교사업을 열성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청주는 내게 있어 신앙의 못자리와도 같은 곳이다. 청주교구 도움으로 지난해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을, 금년에는 마이맨신 교구 산하의 성체성당을 축성했다. 이밖에 성니콜라오 성당, 쉬믈리아 성당, 또 다른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도 곧 건립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 장 대주교가 부임한 후 방글라데시에 대한 인적 진출도 활발해 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금년 5월 꽃동네가 처음으로 진출했다. 현재 수녀 2명, 수사 2명 등 총 4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외방선교회 수녀회와 수원 성빈센트 병원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해 복지와 의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 세속 외교관도 그렇지만, 교황청 교황대사도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몇개 외국어를 구사하나.

“교황청 외교관 생활 20여년 동안 엘살바도로, 에티오피아, 시리아, 그리스, 벨기에 등에서 근무했다. 따라서 한국어를 포함해 이탈리아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 자료를 검색해 보니까 금년은 대주교가 사제서품을 받은지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문이지만 사제가 안됐으면 어떤 인생항로를 걸었을 것으로 생각하나.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성당에서 크고 성당에서 자랐다. 놀아도 성당 광장에서 뛰놀았다. 성장기의 이런 분위기는 나를 숙명적으로 사제의 길을 걷도록 만들었다. ‘하느님의 종’ 말고 다른 직업인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 한국 제 2의 추기경이 거론됐을 때 장 대주교도 하마평에 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은 금년 84세로 매우 연로한 편이다. 교황대사 신분으로도 추기경이 될 수 있나.

“대답하기 무척 곤란한 질문이다. 교황청 규정상 대사는 추기경이 될 수 없다. 다만 길이 있다면 성청(교황청) 귀환 후 장관직을 거치면 추기경이 될 수 있다. 장관직에서는 추기경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 많은 사회학자들이 현재를 종교의 위기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 등 주위에 자극적인 것이 워낙 많다보니 청소년들이 종교를 외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 가톨릭과 청주교구는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지금은 다원화 시대로 특정 종교를 강제,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진리를 팽개쳐서는 안된다. 불의 앞에 침묵하는 것은 하느님 종이 된 자의 행동양식이 아니다. 이른바 유신독재 시절에 ‘명동성당’으로 상징되는 한국 가톨릭은 준열한 저항을 했다. 그것이 진리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 부분의 사회참여를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은 독재시대는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생명, 환경, 인권 문제 등에 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인남 대주교는

49년 청주 태생으로 76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청주 서운동본당과 충주 교현동본당의 보좌를 거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차장을 지내다가 로마로 유학, 79년 교황청 라테라노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황청 외교관 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5년 엘살바도르 교황대사관 2등 서기관을 시작으로 에디오피아, 시리아, 프랑스, 그리스, 벨기에 등에서 근무했다.

2002년 10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방글라데시 교황대사로 임명돼, 지금까지 근무해 오고 있다. 청주교구 총대리 신부이자 수동본당 주임신부인 장인산 신부가 그의 형이다.

# 취재후기

수동성당 성모상 앞 벤취에서의 인터뷰 도중에 초등생 여아 세 명이 무리지어 지나갔다.

잠시후 이들은 어디서 본 얼굴인지 발걸음을 뒤로 하고 “신부님!”이라는 말과 함께 손을 내밀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어제 성당에서 방글라데시 비디오봤는데 형님(장인산 주임신부 지칭)하고 많이 닮았네요”

이때 장 대주교가 응대한 말은 “응! 같은 공장에서 나왔어. 그러니까 당연하지”였다.

일반인들은 흔히 신부하면 감정변화가 적고 또 복장 자체가 엄숙성을 지니면서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장 대주교는 그렇지 않았다. 늘 밝은 표정속에 유머와 위트가 넘쳐 흘렀다.

이날 장 대주교는 초등학교 깨복쟁이 친구인 조승희(중부매일 논설주간) 씨를 만나서는 “사랑해 친구야!” 라며 등을 가볍게 껴안기도 했다.

장 대주교는 진리 앞에서는 엄정하지만, 목자 앞에서는 천진난만한 친숙성을 보여줬다. 이것이 한국 가톨릭의 힘이라고 생각하면 과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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