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후보·無캠페인·無지지로 세속과 큰 차이

대한성공회 신임 교구장 선출 모습이 세속을 물론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으로 알려진 가톨릭 사례와도 크게 달라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無후보’, ‘無캠페인’, ‘無지지’ 등 이른바 ‘3無’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국내 선거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함 그 자체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는 최근 현 심현삼 교구장(주교)의 정년을 1년 앞두고 지난 8일 제 6대 대전교구장 주교후보 선출을 위해 임시 교구의회를 개최했다.

대한성공회는 충북, 대전, 충남을 대전교구에서 관할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현 대전교구는 청주 수동성당 등 36개 충남북 성당과 각종 복지관 등 40여개 기관을 지휘ㆍ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올 3번째로 실시한 이날 임시 교구회의에서도 후임 교구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같은 이유는 대한성공회 신임 교구장 선출 방식이 세속은 물론 가톨릭 교황선출 방식과 크게 다른데서 비롯되고 있다.

성공회 관련 조항(헌장 10조)은 후임 교구장은 현교구장 정년 1년 전에 선출토록 돼 있다. 당선되려면 재적대의원 3분의2 이상 출석 및 출석 대의원 3분의2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한다.

대의원은 사제대표(현 37명)와 평신도 대표(현 80여명)로 구성되어 있다. 이밖에 당선자가 없으면 2개월 이내에 교구의회를 다시 소집한 뒤 재선거를 실시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는 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경우로, 선거운동과 입후보 환경 등도 다른 종교와 커다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청주 수동성당 한 관계자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無후보’, ‘無캠페인’, ‘無지지’ 등 이른바 ‘3無’를 언급했다. 이는 ▶입후보자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선거운동도 할 수 없으며 ▶또 특정인 지지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같은 선출방식은 언뜻보면 가톨릭 교황선출 방식(일명 콩글라베)과 비슷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투표자 공간을 제한하지 않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가톨릭의 경우 투표자를 외부와 격리, 한 곳에 강제로 머물도록 한다”며 “그러나 성공회는 투표장 자유왕래가 가능, 이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적대의원 3/2 찬성을 얻을 때까지 1차, 2차, 3차… 식으로 투표를 계속 진행하고, 또 1회차(하루)에 20번까지 투표를 실시하는 점이 가톨릭과 또 다른 모습이 되고 있다.

수동성당 관계자는 “이달 초순 3차 임시 교구회의를 소집했으나 신임 교구장 선출에 실패, 차기는 2개월 후에 있을 예정“이라며 “과거 예를 보면 7~8차 교구회의, 즉 내년 중반쯤에야 신임 교구장을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성공회는 당선된 교구장의 임기를 세속과 다르게 ‘정년’(65세)까지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론상 60대 중반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으나 대부분 임기 7~8년차에서 자리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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