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無緣事則不得入他房院하며 當屛處하야 不得强知他事하며/ 非六日이어든 不得洗浣內衣하며/ 臨관수하야 不得高聲涕唾하며 行益次에 不得당돌越序하며,

일없이 남의 방에 드나들지 말며, 병처에 나아가서 구태여 남의 일을 알려고 애 쓰지 말 것이며 6일이 아니면 내의를 세탁하지 말며, 세수하고 양치질할 때에는 큰소리로 코 풀거나 침 뱉지 말며, 대중공양을 받을 때는 당돌하게 차례를 어기지 말며,

수행하는 도량에서 이방 저방 번거롭게 드나드는 것은 남의 수행에 도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장애를 주게 되므로 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의 비밀을 억지로 알아서 불편하게 하는 일도 대중의 화합을 위해서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병처(屛處)라는 말이 나옵니다. ‘가려 놓은 곳’이라는 뜻인데, 이를테면 개인의 생활 공간이나 비밀을 말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풀이가 가능합니다.

첫째는, 지나가다가 실내에 햇볕 가리개나 발이 쳐져서 가려진 곳 등은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몰래카메라 심리와 비슷한 행동은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불미스러운 일이나 남이 감추고 싶어하면 더 이상 캐묻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데 억지로 가서 듣고, 알려고 하지 말라는 충고이기도 합니다. 굳이 남의 사생활을 알려고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육일이 아니면 빨래를 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6일에만 빨래를 하라는 뜻인데, 다시 말해 6일, 16일, 26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탁은 한 달에 3번 정도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옛날에는 이, 벼룩, 빈대 등이 많아서 솥에 빨래를 삶아야 했는데 그 때마다 살생을 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이왕 살생하는 것이면 좋은 날(길일)을 택해 하자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3일, 13일, 23일, 6일, 16일, 26일은 제석천에 의하여 특별히 곤충이 제도되는 날이기 때문에 이날 죽으면 좋은 곳으로 태어난다고 믿었습니다. 아직도 몇 몇 비구니 처소에서는 6일마다 삭발과 세탁을 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또 세수를 하는 경우에도 조심하고 큰 소리로 침 뱉고 코 푸는 등의 버릇없고 교양 없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세수할 때 유난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절에서는 조심스럽게 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세수하는 일은 남이 모를 정도로 일절 소리를 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익을 베풀 때 차례를 어기지 마라고 했습니다. 음식이나 의복 등을 공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이 공양거리를 나눌 때에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차례대로 할 것이지, 당돌하게 순서를 어기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무슨 일이든 위아래의 질서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공양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부처님께 공양(사시불공)을 올립니다. 그리고 스님들이 공양을 하고 나면 행자님들이 공양을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신도님들이 공양을 하게 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행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선방에 살 때, 삭발하는 날이 되면 노스님부터 먼저 삭발을 하고 목욕을 하는 것을 보고 참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위계질서는 잘 지키면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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