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위주 고용·사회적 편견 원인 기능교육 기피

<기획> 기능인력 고갈 중소 제조업체 (4)

실업계 학생들 대부분이 학벌 위주의 고용현실 문제 등으로 인해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문 기능인 양성을 위한 실업고교의 근간이 흔들리고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주시내 한 중학교 3학년 진학 지도를 맡고있는 최모교사(46)는 고교 진학 지도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 모두가 자신의 성적으로 어느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지를 알고있기 때문에 별다른 진학지도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가끔 학생의 적성을 고려해 실업계 고교 진학을 권유해보지만 학부모들로 부터 "실업계 고교에 보내려는 이유가 뭐냐"며 심한 항의를 받기 일쑤여서 이제는 성적 순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인문계와 실업계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진학지도의 전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이미 중학교에서부터 적성이 무시된 진학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도 실업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있다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실업계 고교는 인문계 진학에서 탈락된 학습능력 부진 학생들의 도피처로 까지 인식되고 있어 실업고에서의 수업진행도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최근 한 자치단체가 실업고 교사 1718명을 대상으로한 설문 조사에서 학생들의 수업태도와 수학능력과 관련해 '수업을 잘듣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9.9%에 그쳤으며 '수업을 거의 따라오지 못한다'는 응답이 51%를 차지했다.

정부는 지난 1970년대 실업계고교를 집중 육성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방치상태로 뒀으며 다시 90년대 들어 실업계 고교의 정원과 학교수를 대폭 확대, 실업과 인문고 비율을 5대5로 조정했다.

그렇지만 90년대 후반 각 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고교는 벼랑끝의 쇠퇴기를 맞고있다. 실제 전국 실업계고교생은 80년대 76만4000명(전체 고고생의 45.0%), 90년 81만1000명(35.5%), 95년 91만1000명(42.2%), 2000년 65만1198명(34.1%)으로 양적인 등락현상을 보였다.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에다 직업교육 기피로 신입생 미달 사태가 지속되고있다. 또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입학으로 학습의욕이 떨어져 교실 붕괴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진학률 70%대… 매년 상승

실업고생의 진학률이 매년 상승해 70%대에 육박하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지난해 실업계고 졸업생 6739명을 대상으로 취업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67.6%인 4555명이 대학에 진학했으며, 전체 27.2%에 해당하는 1831명만이 취업을 했다. 이 중 취업자들의 진출분야를 보면 제조업 분야에 전체 취업자의 63.1%인 1156명이 진출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실업계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이 증가한 것은 2004학년도 대입부터 동일계 진학자에 대한 특별전형(정원 외 3%)이 4년제 대학에 도입되는 등 대입제도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 실업계고 학생을 위한 직업탐구 영역이 신설되고, 전문대의 경우 실업계고 학생 유치를 위해 수시 모집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여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치단체에서 실업계 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업교육 발전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업계 학생들이 학벌위주의 고용현실 문제로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고 실업 교육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조사 대상자 중 85.6%가 소득 수준과는 무관하게 대학진학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도 △학벌위주의 고용 현실이라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운 48.8%나 됐고 △능력과 소질 계발 27.50%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 12.90% △남들이 가니까 4.70% △고교에서의 직업교육 미흡이 3.40% 등으로 실업교육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청주시내 한 실업계 고등학교 3년 이모교사(42)는 "우수한 기능인 양성으로 취업이 위주가 되어야 하고 100%로 취업이 보장되는데도 사회 구조가 대학졸업장을 원하는 경향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진학을 원하고 있다"며 "실업계고교 정규교과목 수업시간외에 인문과목 시간을 늘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이들 학교에서는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과 대학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특단의 조치가 없는한 지식정보화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실업교육 예산도 매년 큰폭 감소

도교육청은 이같은 실업계 고등학교의 진학률 상승이 결국 산업인력 수급에 문제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등을 통해 실습여건을 개선하고 장학금 지급 확대, 특기 및 적성교육 활성화 등의 방법으로 실업교육의 내실화를 기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실제로 교육청의 실업계 교육 관련 예산이 매년 큰폭으로 줄어들어 어려움을 더하고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은 올 45억5600만원으로 서울과 6대 광역시 중 4번째로 많았으나 2004년(58억4700만원)의 77.9% 수준이고, 지난해(82억600만원)보다 36억5000만원이 감소했다.

충남은 44억2800만원으로 2004년(93억6400만원)의 47.3% 수준으로 지난해(81억9400만원)보다 37억6600만원이 줄었고, 충북도 31억 3700만원으로 2004년(79억7300만원)의 39.3% 수준에 그쳤고 지난해(49억6300만원)보다 18억2600만원이 감소했다.

실업계고 예산은 노후 실험 실습 기자재 대체, 실험실습, 공동실습소 운영 등의 직업교육은 물론 특성화고 개편, 첨단 학과 개편, 교사 연수 등 산업체 요구에 맞게 실업계고를 변화시키는데 사용된다.

이는 실업계고 예산을 국고와 지방비에서 반반씩 부담해오다가 2004년 7월 '국고보조금 정비방안'에 따라 예산을 일괄적으로 일선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도록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수 부족으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도교육청이 다른 예산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실업계 고교 관련 예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계 고교 위상 재정립 시급

정부는 실업계 고교 육성정책을 진학을 위한 계속교육과 취업을 목표로 추진하고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전문기능인 양성을 근본취지를 하고 있는 실업고교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없지않다. 젊은 기능인력이 산업현장을 외면하고 대학으로만 달려간다면 결국 고등 실업자만 양산하는 산업고용구조의 왜곡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는 통폐합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학과를 신설하는 등의 비상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70∼80년대 기능인력의 주 공급원이었던 실업계 고교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획취재팀장=양승갑 경제부장 ▶팀원=김용수 사진부장,윤우현 (사회부),정구철(충주),이보환(제천),노승혁(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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