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齋食時에 飮을 不得作聲하며 執放에 要須安詳하야, 不得擧顔顧視하며 不得欣厭精추하고, 須默無言說하며 須防護雜念하며’.

공양할 때에 씹고 마시는 소리를 내지 말며, 그릇을 집고 놓을 적에 조심해서 하고 얼굴을 들어 돌아보지 말고, 맛있고 맛없는 음식을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말며 묵묵히 하여 말하지 말고, 쓸데없는 생각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식(齋食)은 스님들의 공양시간을 말하는데, 특히 점심공양 시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사시(巳時)라고 하는데 이 시간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사시 불공을 하고 스님들이 점심 공양을 합니다.

계율에 따르면, 사시가 지난 시간에는 공양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에서는 12시가 넘으면 공양을 할 수 없습니다.

한 불교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경주 불국사의 전 대중이 선산 도리사에서 사리를 친견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국수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 때 여기저기서 “이거 멸치 국물이잖아” 하면서 수군거리자, 월산 큰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런 소리 말고 그냥 먹어라, 너희들은 ‘부득흔염정추하고 수묵무언설하라’는 가르침도 모르느냐”

본문에 '정추'라는 말이 나옵니다. 정은 맛이 있다는 뜻이고, 추는 한문으로 거칠다는 의미이므로 맛이 없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음식 투정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눌스님은, 쓸데없는 생각을 방호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양을 하면서, 이것은 맛이 있다, 또는 여기에 무엇을 더 넣으면 맛이 좋을텐데... 등의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그런 망상을 많이 하는 게 우리의 심리입니다. 라면을 먹을 때, 여기에 계란 넣었으면.... 하는 마음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거나 그릇을 집을 때는 얼굴을 들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는 식탐을 내지 말라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누가 무엇을 먹나, 남은 음식이 없나, 하면서 돌아보기 때문입니다.

자, 식사할 때의 주의사항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마시고 씹을 때 소리를 내지 마라. 2. 수저나 발우를 잡고 놓을 때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하라. 3. 얼굴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보지 마라. 4. 맛있는 음식만 좋아하거나 맛없는 음식을 싫어하지 말고 아무 말 없이 잘 먹어라. 5.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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