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백설공주' 배겨오댔던 바로 그 城

충북대 박물관대학 스페인 답사기 (5) <알카사르 城>

신영우 / 충북대 사학과 교수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한 시간 버스를 타고 세고비아에 갔다. 과다라마산맥의 해발 1,000m 기슭에 그림 같은 성이 있었다. 환성이 터져 나왔다. 월트 니즈니의 만화 백설공주의 배경이 된 알카사르城이었다. 물이 흐르는 냇가에는 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어서 사진 찍기에 좋았다. 그때 성 위에는 검은 구름이 감돌았다.

로마제국의 군사기지였던 세고비아에는 후대의 왕국이 축조한 알카사르(Alcazar)와 완벽히 보존된 성곽이 남아있다. 알카사르는 스페인어로 성이란 말인데, 보통 직사각형으로 네 벽이 둘러싸고 있으며 각 모서리에 큰 탑이 있고, 안에는 파티오라는 중정(中庭)이 있다.

이 알카사르는 전쟁의 산물이다. 스페인은 여러 민족이 들어와 땅을 빼앗기 위해 전쟁이 그치지 않았던 지역이다. 그래서 주요 도시마다 알카사르가 우뚝 솟아 있다. 세고비아의 알카사르는 우아한 자태로 인해 동화 속의 모델이 되었고, 관광객들에게 성 안팎의 모든 시설을 보여주고 있다.

알카사르의 어원은 아랍어에서 유래하였다. 즉 기독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의 오랜 전쟁의 유산이란 의미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의 주축이 게르만족의 대이동 때 스페인에 들어온 서고트족이라는 게 흥미롭다.



파란만장한 서고트족의 역사

이베리아 반도에는 수많은 민족이 들어와서 살았다. 아프리카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들어온 세력이 있었고, 지중해 연안을 따라서 배를 타고 영역을 확장한 세력도 있었다. 프랑스와 경계를 이루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들어온 민족도 있었다. 그 중 스페인역사의 중심이 되는 민족이 서고트족과 무어족이다.

원래 고트족은 저 북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거주했던 게르만족의 일파였다. 그런데 2세기 중엽부터 남하해서 다뉴브 북안과 흑해 북안에 살았다. 바로 다뉴브 북안에 정주한 것이 서고트족인데 3세기 중엽 이래 자주 로마영역을 침입하고 소아시아까지 약탈하였으나 4세기 후반 동고트의 지배를 받았다. 370년 무렵 훈족이 서진해서 동고트족을 복속시키자 서고트족은 376년 로마령인 모에시아로 이주하였다. 이것이 민족 대이동의 계기가 되었다.

서고트족은 로마제국과 싸우면서 그리스 전역을 휩쓴 후 이탈리아 반도에 침입하여 각지를 돌아다녔다. 412년에는 현 프랑스 남부인 남(南)갈리아를 정복하고, 스페인 북부를 침입해서 서고트왕국을 세웠다.

서고트 왕국은 훈족의 왕 아틸라가 갈리아를 침입할 때 이를 격파하였다. 그리고 로마 문화를 적극 흡수하였다. 남부 스페인으로 영토가 줄어든 서고트족은 가톨릭으로 개종해서 로마 주민과 융합을 꾀하였다. 하지만 711년 아프리카에서 이슬람교도가 침입해온 것을 막지 못하고 멸망하였다. 그러나 13세기 중엽부터 이슬람교도를 축출하는 국토회복 운동이 벌어졌는데 그 주축은 서고트 전통을 이은 세력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인 세고비아의 역사지구

세고비아에는 인상 깊은 건축물들이 가득하다.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으나 본래는 절반이 산악지대인 척박한 땅이었다. 초기의 정착민들은 이곳의 붉은 돌로 집을 짓고 살았다.

구시가지의 아기자기한 골목은 다른 옛 도시와 마찬가지로 좁고 미로처럼 뒤얽혀 있다. 그러나 단조롭거나 답답하지는 않다. 16세기에 지은 고딕양식의 대성당과 12세기의 산 에스테반교회 그리고 13세기의 베라크루스교회가 관광객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세고비아의 알카사르는 평원과 계곡을 내려보는 낭떠러지 끝에 세워졌다. 따라서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같은 방향에서도 때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쪽 언덕 위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신비로운데 아침 햇살이 비치거나 황혼 무렵은 환상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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