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김호성 / KBS청주 아나운서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안도현’의 시를 다시 읽는다.

구월은 입 속의 소리부터가 다르다.

가만히 입을 열어 부르면 이름할 수 없는 경건함과 넉넉함이 묻어 나온다.

그리고 구월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기대와 의무와 ‘되돌아봄’이 담겨있다.

그래서 시인도 이 ‘구월이 오면’ 이라는 시를 통해

이렇게 못다 한 우리의 사랑과 세상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존재의 맨살 같은 의무를 노래했다.

그것은 더 낮은 곳으로 등을 토닥이며 흐르는

저 강물의 순수와 순리와 같은 것이었으리라.

다소 거친 여름의 허황함과 사나움을 인내한 세상의 도리 같은 것이었으리라..

『피서지에서 만난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첫눈에 반해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꿈같은 여름날의 사랑은 물처럼 흐르고 못내 아쉬웠지만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그러나 운명은 그들 편이었을까? 아니었을까?

어찌하여 비행기를 놓친 그들은 그 다음날 ‘경천동지’의 소식을 접한다.

그들이 타고 가기로 했던 비행기가 추락하여 탑승객전원이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들의 명단은 비행기와 같이 추락했다.

그 때 사랑에 빠진 어리석은 이들은 똑같은 생각을 한다.

'이미 우리는 죽은목숨이다.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

그러나 신은 그들의 불륜을 지나치지 않았다.

남자의 아내가 얼마 후에 그들을 찾아 왔고

그들은 용서를 구하며 다시 그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1951년 파라마운트 영화 ‘애수’의 줄거리다.

영화 같은 영화 속 얘기지만

영화는 얼마간 일탈의 마음을 누르며 사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바로 이 영화 ‘애수’의 주제가가 그 유명한 ‘Semtember Song'이다.

“5월에서 12월까지는 긴 긴 시간이지요/

그러나 그대가 9월을 맞이했다면/

나머지 날들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지요

..(중략)..

사랑은 장난삼아 기다리고 있는 시간을 잃어버려요/

정말 귀중한 나날인데/

귀중한 나날은 점점 줄어들고 /

9월 그래서 귀중한 남은 나날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이렇듯 구월을 노래한 대부분 이 땅의 노래는

반성과 회한과 인생의 철학을 담고 있다.

구월이 오는 첫날 내가 연례행사처럼 큐쉬트에 올리는 노래도

그래서 이 ‘September Song'이다.

영화이야기를 하며 노래를 틀으며 나도 연례행사처럼 회한에 젖고 반성한다.

이 ‘September Song'은 많은 가수들이 부르고 싶어하는 열망의 명곡이다.

1951년 ‘월터 휴스턴’의 노래가 주제가로 쓰였고

이미 그 이전에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렀고

그 후에도 ‘프랭크 시내트라’ ‘토니 베네트’ ‘팻 분’ 같은 유명 스탠다드 팝가수들은 물론 ‘패티 패이지’나 ‘사라 본’같은 여가수들도 주요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렸다.

특히 멋진 내레이션이 깔리는 ‘로이클락’은 저음 특유의 떨림이 좋고 국내에서 우리가 많이 듣던 ‘프레터스’는 흑인그룹 특유의 화음이 압권이다.

지난 1일 나는 ‘로이 클락’으로 했다.

그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음색은 단번에 9월을 불러왔다.

그리고 수신기 스피커를 통해 내 청취자들도 비로서 9월에 안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월의 노러 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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