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前지부장 김병우 교육위원 마지막 수업

▲ 충북도교육위원회 김병우위원이 지난달 30일 청주남중 2학년 2반 학생들과 마지막 수업을 마친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관은 기우였다.

합리적이며 소탈했다.사심 없고 순수해 보이는 인상 그 자체였다.

5일 제5대 충북도교육위원회에 첫 등원하는 김병우 위원(49).

도종환 선생과 함께 충북에서 교사운동을 시작한 1세대다.

이 일로 해직의 아픔을 겪고 전교조 합법 후에는 초대 지부장(99∼2000)을 맡아 충북 전교조의 틀을 만든 주역이다.

그리고 도교육위원회 최초로 전교조 조합원으로 당선된 장본인이다.

김 위원 출마는 도내 최대 이슈였고, 당선후 현재까지도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 대상이다.

화려한 경력(?) 때문에 집행부는 물론 동료 위원들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던 것 또한 사실.

그러나 본인 말대로 ‘특별할 것도 없는, 단지 ‘선생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고집 좀 부려 온 평범한 교사’일 뿐이었다.

4시간여 동안의 집중 인터뷰에서 그대로 묻어 나왔다.

김 위원은 등원을 앞두고 “떨리고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평생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소망이었는데, 그 길을 접고 택한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다면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넓은 교단에서 더 많은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의정에 진출한 만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는 아이들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이를위해 충북교육의 궂은 일을 자청해 부지런히 뛰어 다니는 심부름꾼 역할을 할 각오다.

소외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지처가 돼 주고, 갈등의 현장에서 화합의 중재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에 편향된 의정활동을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유념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문에 전교조와 국민, 전교조와 교육당국간 거리를 좁히는데 메신저 역할로 ‘상생의 길’을 펼친다는 복안이다.

전교조에게도 국민들의 쓴소리를 전해주고, 전교조가 매 맞을 일이 있으면 함께 종아리를 걷을 것이며, 전교조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데도 노력할 생각이다.

김 위원은 이에대해 “미우나 고우나 전교조는 운명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충북대 재학중 흥사단 활동으로 인격수련과 의식개조 운동을 해 오다 87년 6월 항쟁후 도종환 선생을 만나 교사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89년 ‘자기 고백’의 일념으로 역사와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참된 교사가 되자고 전교조 창립에 동참했다.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교사로서의 고해성사와 부끄러운 교육계 현실에 대한 자기반성 속에.

하지만 돌아 온 것은 4년 반의 강제 해직.

첫번째 학교를 떠났고, 이번에는 교육위원 당선으로 두번째 떠나게 됐다.

“첫 번 째 쫓겨났을 때는 언젠가는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교직을 완전히 떠나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착잡한 마음속에 진행됐던 지난달 30일 마지막 수업.

아이들에게 “언제 어느 곳에 가 무엇을 하게 되든지 그 자리에 내가 있음으로 하여 없는 것보다 무언가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 했다.

본인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선거기간 중 전교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는 것을 직접 접했고, 막연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다.

그런데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편견을 내려놓고 그의 진정성을 보아 주는 이들이 늘어남을 느꼈고, 이는 가장 큰 소득이다.

지난달 31일자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했지만 전교조는 여전히 자신을 길러준 요람이자 고향같은 존재이다. 자식 같기도 하다.

때문에 애정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뚜벅뚜벅 앞 만 보고 오면서, 가는 길이 정당한 한 국민들이 언젠가는 알아 줄 것이라는 다소 고지식한 방식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젠 주위 시선을 살펴야 할때다. 원칙을 유지하되 조급증을 버리고, 늦더라도 국민들과 같이 가야 한다. 더디 가도 함께 가는 것이 큰 걸음이다”.

교단을 두번 떠났지만 기회가 온다면 언젠가는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 아이들 곁에서 정년을 맞는 것이 여전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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