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KBS와 특별기자회견을 하면서 지난 3년간 아쉬움이나 후회나 속상한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대통령은 후회하면 안 된대요. 그래서 후회는 안 하기로 하고…….힘들었습니다. 지금도 힘들고요. 왜 힘든가 하고 가만 돌이켜보면 일을 너무 많이 벌인 거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걸 보았다.

대통령이 많이 벌였다는 일 중에 행정복합도시건설, 용산미군기지 이전, 작전통제권환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은 지난 정권의 지도자들도 해야 된다고 결정해 놓고 안 한 것을 지금 마무리 해 가는 건데 참 힘이 든다고 했고, 노대통령이 새로 벌인 것은 FTA인데, FTA는 시대 흐름이니까 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사사건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근거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후회는 안 하기로 한다는 대통령의 말 속에는 후회하는 심정이 엿보였고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과 원망이 들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국민들 역시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기대와 후회, 열망과 실망의 심정으로 마음이 바뀌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해 부족과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기 때문일까.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특징을 ‘열망--실망의 반복되는 사이클’이라고 분석한최장집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통치스타일이 앞선 정권에 비해 다른 특징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 정치적 담론과 실제 정부 정책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에서 말로는 개혁적, 진보적이라고 하면서 실제정책에서는 가장 과격한 신자유주의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부정적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서로 다른 정책방향 내지 정책 사이에 부정적 의미의 상호교환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FTA를 하면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안보위험이 줄어드는 효과를 갖는다는 식의, 서로 다른 차원의 정책분야가 비논리적으로 뒤섞인 주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개진된다는 것이다.

셋째, 정책노선의 일관성 부재이다. 하나의 정책이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정책방향과는 매우 다르거나 아니면 정반대가 되는, 변화의 진폭이 드라마틱하다 할 정도로 크다. 정부 초기의 한미관계는 2004년 ‘LA발언’에서처럼 독자적인 측면도 보이면서 일정한 긴장을 드러냈던 것이 사실인데 최근 진행된 현실은 군사안보전략협상이나 무역협상 문제에서 나타나듯 ‘한국의 미국화’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 정치적 담론과 실제 정부 정책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노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설명을 요구하고, 만족한 대답을 듣지 못하면 비판하고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FTA를 비롯한 정부 정책 시행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를 입게 되는 집단들에 대해 대통령은 다만 “시대 흐름이니까 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피해를 보게 되는 소외집단보다 더 서운해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정책을 반대한다고 질책하기보다 국민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느끼고 같이 아파하며,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처지에 대해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힘들게 일하면서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수도권과 지역, 상류층과 서민, 노년층과 중장년층 어느 쪽에서도 박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통치 스타일 때문은 아닌지 국민을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열망이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실망으로 바뀌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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