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須知受食이 但療形枯하야 爲成道業하며 須念般若心經호되 觀三輪淸淨하야 不偉道用이어다.

밥을 받아먹는 것은,육신을 유지하고 도를 이루기 위함인 줄 알아야하며, 반야심경을 외우되 삼륜이 청정함을 관하여 도용을 어기지 말지니라.

밥을 먹는 것도 하나의 수행입니다.우리가 밥을 먹는 것은,몸이 쇄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그래서 불교에서는 밥 먹는 것은 살찌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영양으로 육신을 지탱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입니다.그러므로 배불리 먹거나 살이 찌도록 먹는 행위는 공양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는 사실입니다.

보조스님은 몸이 쇄약해지는 것을 막아 도업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계십니다.진정 출가한 사람은 배만 고프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즉 맛있게 먹겠다는 탐착심이나 많이 먹겠다는 식탐을 내어선 안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공양을 할 때마다 다섯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일러 흔히 오관게(五觀偈)라고 말합니다. 첫째,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한다. 둘째, 나의 덕행이 공양을 받을 만한 것인가를 생각한다. 셋째, 마음의 온갖 욕심 버렸는지 생각한다. 넷째,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먹는지를 생각한다. 다섯째, 깨달음을 이루는 공부를 하는지를 생각한다. 이 다섯 가지가 곧 공양하는 정신입니다.

이것을 게송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도업(道業)은 깨달음의 공부를 말합니다. 깨닫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말입니다. 학생은 학업을 성취하듯 수행자에게는 도업을 성취해야 밥값을 다한다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발우 공양을 할 때 반야심경을 꼭 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을 외울 때는 삼륜이 청정하다는 것을 관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삼륜은, 보시하는 사람, 보시 받는 사람, 보시하는 물건, 이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청정은, 아무 욕심이 없어 맑고 깨끗한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삼륜이 다 공한 줄을 알아야 주는 이도 공덕이 되고, 받는 이도 덕이 되고 주는 물건도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훔친 물건으로 공양한다면 삼륜청정에 어긋나는 일이겠지요. 그러므로 공양을 하려면 이 세 가지가 깨끗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어도 준 바가 없어야 하고 받아도 받은 바가 없어야 참다운 보시 바라밀입니다. 내가 공양을 올렸는데, 그 물건에 마음이 걸려있으면 진정으로 준 것이 아닙니다.

공(空)은 실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얻었다해도 본래 있었던 것이고 잃었다해도 본래 없었던 것입니다. 주었다, 받았다하는 것도 알고 보면 하나입니다. 서로 입장만 다를 뿐입니다. 그러므로 준 것도 없고 받은 것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이렇게 먹어야 참다운 보시가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무주상(無住相)보시를 하라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을 때는 주었다는 그 어떤 흔적이나 마음이 없습니다. 이를 일러 무주상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불위도용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역시 깨달음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은혜에 보답하지 못하고 빗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고 했습니다. 밥 한 톨의 무게가 칠근이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므로 밥 한 그릇이 그만큼 무섭다는 뜻입니다. 밥값을 못하면, 농부의 땀방울이나 부모님의 은혜가 자기에게는 모두 무거운 빗 더미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한 그릇의 밥이 내 앞에 놓이기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고 감사하게 먹는 태도와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내가 먹는 한 그릇의 밥! 하루하루 밥값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봅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