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한 / 신부

필자는 우리나라에 산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이 뚜렷하고 각 계절마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일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노는 즐거움도 있는 나라,징검다리 휴일이 겹치면 최소한 1주일의 휴가가 덤으로 주어지는 나라에 산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더구나 몇 일전 우리는 1년 중 가장 풍요롭다는 한가위 축제를 지냈다.그것도 아주 기나 긴 휴가를 보냈다.긴 휴가동안 다녀 본 우리나라는 너무나 아름다웠다.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들녘,탐스러운 열매를 훈장 삼아 거들먹거리는 온갖 과일 나무가 필자를 행복하게 했다.하지만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 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더 풍요로운 어머니의 사랑을 보게 된 것이 필자에게는 행운이었으며 또한 아픔이었다. 이 나라에 태어나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사랑하는 부모를 만나 현재의 삶을 산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보람이요,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어떠한 모습일까? 혹자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가슴을 풀어 헤친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혼인 예식을 거행하기 위해 입장하는 신랑,신부의 모습이라 하기도 한다. 이 두 모습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 두 모습 안에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사랑하는 모습이다.

몇 일전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가신다는 말씀도 없이 주무시듯 가셨다. 남은 자의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남은 자에게 짐이 되기 싫다 하시며 “나는 자다 가겠다.” 하시던 어머니의 사랑이 다시금 가슴을 시리게 한다. 사람들은 호상이 하지만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의 죽음이 어찌 호상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머니를 만난 행운, 그런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행복은 분명 남은 자에게 주어진 축복이리라. 하지만 그 만남이 축복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이미 사랑하는 부모는 내 곁에 계시지 않음을 우리는 곧잘 잊고 살아가게 된다.

필자 역시 노인 복지를 한다고 하면서도 부모 복지는 신경 쓰지 못했음을 고백해 본다. 충청북도 노인 학대 예방센터 초대 소장을 지내면서도 자신이 부모를 학대하고 있었음을 깨닫기에는 너무나 무지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어찌 어느 개인의 문제만이겠는가? 우리 모두의 모습이지 않겠는가를 생각해 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모를 만나 가장 큰 사랑을 받았음에도 그것이 행복인지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니었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모두가 이 나라에 태어났음을 감사하자. 내 부모로 말미암아 내가 존재하게 되었고,그 사랑을 먹고 자랐음을 잊지 말자. 내 주변에 그렇게 고맙고 감사한 사람이 많았음을 고백하자.

이제 우리 모두는 보은의 삶을 살아갈 때다. 위로는 베풀어 주신 사랑에 대한 감사요,아래로는 거저 주어진 사랑에 대한 나눔이 우리의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하겠다.

문득 유행가 가사를 떠올려 본다. “있을 때 잘해,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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