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손순옥 / 화가

밥상위에 햅쌀로 지은 아침밥을 먹으며 수확의 계절 가을을 실감합니다.따뜻한 밥에 묻어나는 쌀의 향기도 곳에 따라 다르게 느끼기 마련입니다.어제 인사동 전시회에 갔다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쌀 한 알 한 알에 자기 이름을 기록해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화행사가 풍성한 거리마다 작은 손바닥만한 사물들이 즐비합니다. 손으로 만들어 놓은 작은 인형,열쇠고리,핀에 이르기까지 깨알만한 쌀 한 톨 한 톨에 의미를 새겨 놓은 모습들에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는 행위는 정겹기도 하고 제 각각 자기 할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온갖 전쟁루머가 난무하는 거리에도 문화의 숨통은 이렇게 터주고 있는데 분단이라는 이유로 할 말을 잃고 살아갑니다. 그러고 보니 쌀은 ‘나’의 생명을 지켜온 동시에 오랜 시간 민족의 식량 ‘주권’의 문제를 함께 이어온 것입니다. 되 찾아야할 이름도 많고 친일파의 땅도 찾아야하고 고품질 농산물로 웰빙도 해야 합니다.

쌀에게도 경제논리가 따라다니며 밥상위에도 세계화 무한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노고가 녹아있음을 압니다. 웰빙 바람에 생명의 먹 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친환경 농법을 체계화 하기위한 정책제안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국제 협약이나 국제협상에서 늘 우리의 말문을 막아온 것은 ‘분단’ 이라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북한 핵실험으로 유엔의 북한 국제 금융제한 규정이 결정되면 금융, 물자거래의 제한 때보다 심각하게 체제위기로 간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아사를 면하는 수준의 쌀 보내기도 단절되고 북한에 석유와 식량까지 끊길 때 체제위기로 간다는 사실은 당연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인도적 지원 대신 개발 지원이 보다 우선이었는지 모릅니다. 올해는 특히 가뭄수해와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도 더욱 어렵다고 하니 절대고독에 갇혀있는 어둡고 빈곤한 주민들의 북한 현실을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뜻한 밥상위에 모여 앉은 우리 가족의 안녕을 묻는 것처럼 북한에 대한 희망 놓기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쌀, 보리만이라도 우리 동포 하나로 먹여 살려주시길. 끝까지 미국에게 수입하지 않고 ‘우리겨레’ 배불리 먹고 살 수 있기를 쌀 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쌀 지켜내고 통일농사 지원하자고 쌀 한 톨 지켜 내지 못하고 허수로 서있는 허수아비 되지 말자고, 민족공조나 남북한 신뢰 쌓기 그러한 문화 행사가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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