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화인물 (9) 박희근 음악교사

오늘의 문화인물 <9> 음악교사 박희근

일신여고 체육관 2층에 자리한 관악단 연습장 오른편으론 성인 한 사람이 드나들만큼의 복도식 공간이 있다.빼곡하게 들어찬 자료들과 앨범 그리고 상장들.제주국제관악제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30여년 가까이 충북관악계를 이끌고 있는 박희근 교사(54)는 이곳에서 관악의 씨앗을 뿌렸고 또한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처음 호흡을 맞췄던 제자들은 이제 아이 엄마가 돼서 그 자녀들을 관악단에 들여보내고 있으니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최근 일신여고 관악단은 제31회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94년 대상 수상 이후 꾸준히 금상과 대상을 번갈아 수상했으니 이제는 일신여고 버스만 나타나도 행사장이 웅성거리는 것은 일반적인 풍경이 돼 버렸다고 한다.지역에서보다 전국에서 또 해외에서 인정받는 일신여고 관악단.희망의 교향악은 어떻게 쓰여졌을까?

일신여고 관악단은 지난 78년 10월 창단이후 28년간 꾸준한 발전을 거듭,국내 대표적 관악단으로 성장했다.군대에 가기전 잠시 일신여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인연으로 74년 관악불모지나 다름없는 청주에 자리잡게 된 박희근 교사는 관악단 창단 이듬해인 79년 제8회 전국 소년체육대회 마칭밴드 시연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91년엔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2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는 스물다섯번째 일신관악정기연주회가 열렸다.학교와 지역사회의 지원을 통해 관악경연대회에서 15회나 최고상을 받고 10월에 열리는 한국 관악콩쿠르에서도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2002년엔 독일 ‘라인란드프랄츠’주 정부의 초청을 받아 4개 도시를 순회 연주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일신여고 관악대는 창단 당시 고적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역사회에 숱한 화제를 낳는 희망 발전소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92년 제7회 아태관악제 한국대표로 참가해 연주회를 가졌던 일.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과 미국 및 대만 등 10개국 관악대와 기량을 겨룬 자리에서 우리나라 민요와 ‘윈드 오케스트라를 위한 시나위’(이병욱 작곡)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가하면 청주에서는 처음으로 ‘열린음악회’ 형태를 선보인 것 또한 박교사이다. 방과후 일신여고 교정에서 공군군악대와 합동연주회를 마련한 자리에는 학생과 시민 1천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박 교사는 당시 야외 연주회를 열며 관악의 희망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악은 희망을 심어줍니다.영화 ‘브래스트 오프’나 ‘꽃피는 봄이 오면’은 항상 어려운 환경에 있는 주민들이나 학생들에게 관악이 어떻게 희망이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클래식에서 팝,가요와 민요에 이르기까지 관악의 연주 영역은 무궁무진하며 실내에서뿐 아니라 실외에서 거리행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 친화력이 뛰어난 음악예술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숱한 수상경력에도 불구하고 일신여고 관악대는 25년 넘게 고치고 고쳐 더이상 손댈 수 없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으니 이 또한 충북 관악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95년 제1회 제주 국제관악제 한국대표로 참가하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초청될 만큼 일신여고의 위상은 남다르다.밤낮없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우수 관악단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것도 박 교사의 오랜 경험과 학생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제주관악제조직위는 일신여고 관악대의 수준높은 연주가 제주국제관악제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처음 관악단이 만들어진후 박교사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표를 체크하고 있다. 노력의 정도가 어떻게 연주실력과 직결되는가를 몸소깨닫게 해주기 위한 소리없는 실천인 것이다.학생들이 졸업할때 그는 가장 값진 선물로 그동안의 출석표를 건넨다고 한다.학생들은 변화해도 일신여고 관악대의 수준이 줄지 않는 이유는 박 교사의 성실함에 그 뿌리가 있다.

오는 20일 오후 2시와 7시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는 제31회 대한민국 관악축제와 제27회 충북학생관악제가 열린다.국토의 중심인 청주에서 전국 최우수 관악연주단 연주를 통해 국내 관악의 현주소를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국관악제 최우수상 수상에 이어 전국관악제를 유치한 박희근 교사.그는 관악이야말로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장르임을 강조한다.이번 관악축제 역시 청주시민들의 마음에 감동의 징검다리를 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희근 프로필

춘천고와 중앙대 음악대학 기악과,건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79년 소년체전 마칭밴드를 지도했고 80년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했다.1990년 전국체전 마칭밴드 지도,91년 대통령상 수상 및 92년 충북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2년 전국 최초로 여성취주악단을 창단해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따.현재 일신여고 교사이면서 충북관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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