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居衆療하되 須相讓不爭하며 須互相扶護하며 愼諍論勝負하며 愼聚頭閒話하며 愼誤着他鞋하며 愼坐臥越次하며 對客言談에 不得揚於家醜하고 但讚院門佛事언정 不得詣庫房하야 見聞雜事하고 自生疑惑이어다.

대중방에 머무를 때는 서로 양보하고 다투지 말 것이며 서로 도와주며, 승부를 다투는 논쟁을 하지 말며 머리를 맞대고 모여서 한가로이 잡담하지 말라. 또한 남의 신을 신지 말며 앉고 눕는 차례를 어기는 것을 삼갈 것이며, 객을 만나 이야기 할 때도 절 집의 추한 일을 드러내지 말고 다만 절 안의 불사만을 찬탄할 것이며, 고방에 나아가 잡사를 보고 스스로 의혹을 내지 말지니라.

대중방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서로 논쟁을 하면 수행에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하심하는 자세로 서로 도우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키듯 대중방에서의 질서를 지키라는 뜻입니다.

말로서 언쟁하면서 승부하기를 좋아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승부하기를 좋아하면 시비가 생기기 마련이고 수행과 화합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말조심을 더 많이 하라는 뜻입니다.

모여서 소일거리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은 남의 허물을 이야기하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수다 떨지 말지 공부하는 일 아니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객을 대할 때는 좋은 말만 하라. 집안에 손님이 오면, 그 집안의 허물을 말하거나 사람들의 흉을 보지말고 좋은 일만 이야기하라는 것입니다. 즉, 불사만 찬탄할 것이지 좋지 못한 일은 삼가라는 말입니다.

고방은, 원주실이나 종무소, 창고 같은 곳을 말합니다. 자기 일이 아닌데 괜히 기웃거리면서 이일 저 일을 참견하면서 의심을 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흔히 절일은 사판(事判)과 이판(理判)의 소임이 있습니다.

즉, 종무소처럼 살림을 하는 일은 사판이며, 선방처럼 수행에만 전념하는 일은 이판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이판과 사판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절 살림이 원활해집니다. 마치 수레의 두 바퀴처럼. 이 두 일이 잘 맞지 않는 것을 두고 ‘이판사판’이라고 말합니다. 아주 엉망이 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자신이 모르는 일을, 괜히 참견하는 일은 질서를 어기는 일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조선불교통사’를 보면 이판과 사판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이판과 사판은 그 어느 한쪽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관계를 맺고 있다. 이판이 없다면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이어질 수 없으며 사판이 없다면 가람이 존속할 수가 없다”

이판이나 사판은 역할과 이름만 다를 뿐 수행이라는 입장에서는 똑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또한 이판과 사판의 역할이 잘 이루어진다면 반목이나 갈등이 덜 하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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