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非要事어든 不得遊州獵縣하야 與俗交通하야 令他憎嫉하고 失自道情이어다. 有要事出行이어든 告住持人과 及管衆者하야 令知去處하며 若入俗家어던 切須堅持正念하되 愼物見色聞聲하고 流蕩邪心이온 又況披襟戱笑하야 亂說雜事하며 非時酒食으로 妄作無碍之行하야 深乖佛戒아! 又處賢善人의 嫌疑之間이면 豈爲有智慧人也리요.

요긴한 일이 아니면,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속인들과 더불어 교제하여, 다른 이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거나 도 닦는 생각을 스스로 잃지 말지니라. 만일 요긴한 일이 있어 나가게 되면, 주지스님과 대중 소임자에게 알려서 가는 곳을 알게 하며, 만일 속가에 들어갈 때는 간절히 바른 생각을 굳게 지녀서 보고 듣는 여러 가지에 대해 마음을 쓰거나 삿된 일에 마음을 방탕하게 흘려 보내지 말아야 할진대, 하물며 옷깃을 헤치고 희롱하며 웃고 잡된 일을 어지러이 이야기하며, 때아닌 술과 음과 음식으로 망령되이 무애의 행을 저질러서, 부처님의 계를 크게 어겨서 되겠는가? 또 어질고 착한 이의 혐의를 사게 되면 이것을 어찌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마을에 출입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 없이 일주문 아래로 나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출가의 뜻이 익어지기 전에는, 그 마음을 방해하는 일도 많고 사상을 해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인데 이런 행동은 결국 대중의 미움을 사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학인스님들은 외출했다 돌아오면, 대중스님들 앞에서 어디를 다녀왔다고 인사를 합니다. 어떨 땐 이렇게 하는 인사가 번거로워서 나갈 일도 다음으로 미루기도 합니다. 결국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속가에 대한 미련이나 동경을 버리라는 의미입니다.

산이 좋다고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왜 밖으로 나가겠습니까. 마음이 안정되어야 산에 머물 수 있습니다. 신라 말의 유명한 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의 입산시를 보면, 자신은 산이 좋아 산을 찾는데 스님들은 왜 내려가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마음 속 번뇌나 일상의 일을 정리하지 못하면 언제나 분주하고 갈등한다는 뜻이지요.

절에서 말하는 긴요한 일은, 병 치료를 위해 부득이 하게 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남을 위해서 나가는 것인데 예를 든다면 법회나 포교를 위해 외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할 수 없이 속가에 나가게 되었을 때는 바른 생각을 가져서 세속의 여러 가지 일에 휩쓸리거나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옷깃을 풀어 헤치고 크게 웃으면서 사람을 희롱하거나 잡된 일을 하는 것은 계를 어기는 것이며, 또한 때아닌 때에 술과 음식을 먹는 것은 더 큰 허물을 짓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군다나 술을 마시면서 무애행, 즉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도인 행세를 하는 것은 불계를 크게 어기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수행을 잘하는 많은 스님들을 욕 먹이고 의심을 받는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이 어찌 지혜 있는 사람이냐고 힐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때아닌 때에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오가 지나서 밥을 먹지 않는 게 비시불식(非時不食)이고 병자가 아닌데 술을 마시는 게 비시주식(非時酒食)입니다. 그렇지만 이 계율은 꼭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저녁을 먹지 않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모든 사찰에서 저녁 공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자세와 행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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