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파트 투기 너도나도 합류

부동산 광풍에 무너지는 가정

“아빠, 엄마랑 헤어지는거야?”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이의 걱정스런 물음에 할말이 없었습니다.”

회사원 A모(40·청원군)씨는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해야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평생 직장생활을 해 봐야 손에 쥐는 돈이 뻔한 상황에서, 2~3년 잘 버티면 5천만원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부동산에 관심을 안 갖는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국에서 불고 있는 부동산 바람이 급기야 가정해체까지 몰고가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은밀하게 이뤄져 왔고 이제는 부동산 재테크를 위한 위장이혼이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위장 이혼은 무주택자라야 주공아파트 분양권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부가 법적으로 별거상태를 만든 후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재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A씨는 대학 졸업 후 13년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저축을 했지만 전세집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지난 2004년 우연히 청원군 오창산업단지내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소리를 듣고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올해 입주해 지금은 3천5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청주시내에 주공임대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허씨는 지난 3월 인근 같은 평형대 주공임대아파트가 분양돼 현재 5천만원대의 시세차익이 생기는 것을 보고 이혼을 결심했다.

주공임대아파트의 경우 허씨처럼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주공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더라도 분양을 받을 때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연봉 2천500만원을 받는 허씨는 2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을 2년만 버티면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또 다른 회사원 B모(39·청주시 상당구)씨는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B씨는 25평형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만, 시세차익이 가능한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거래가격이 계속 오르는데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재건축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합법적인 재테크를 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는 중이다.

B씨같은 직장인들은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해 모기지론이나 금융권 대출에 의지해야 하지만 최근 정부가 부동산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서는 등 주택 소유자들의 여건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B씨는 “아내가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는 바람이 났나 의심을 하며 난리를 쳤지만 차분히 설명을 하자 지금은 깊은 고민에 빠진 상태”라며 “아이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B씨는 또 “부동산 재테크는 구조조정이나 명퇴 등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부동산을 잘 굴려야 능력있는 시회인이라는 인식이 회사내에서도 팽배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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