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住社堂하되 愼沙彌同行하며 愼人事往還하며 愼見他好惡하며 愼貪求文字하며 愼睡眠過度하며 愼散亂攀緣이어다.

선방에 머물 때에는 사미와 함께 동행하는 것을 삼가고 인사치레로 오고 감을 삼가 하며, 남의 좋고 나쁜 점보기를 삼가 하며 문자 탐구함을 삼가 하며 지나치게 잠을 자지말고 밖의 인연에 끄달려 산란한 마음이 되지 말지어다.

‘사당’은 선방을 말한다. 보조스님이 선풍(禪風)운동인 정혜결사(定慧結社)를 했기 때문에 선방이름을 사당(社堂)이라고 이름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송광사의 선방이름도 수선사(修禪社)입니다.

사미와 동행하지 말라. 사미는, 출가하여 비구계를 받기 이전의 출가자를 말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아직 출가의 연륜이 깊지 않아 비구계(구족계라고도 함)를 받지 못한 예비 승려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조계종 종법에 의하면, 사미는 정식 승려가 아니고 수습기간에 해당하는 예비승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미기간에 승행이 바르지 못하거나 종단에서 요구하는 기본교육을 이수하지 못하면 비구계를 받지 못합니다. 요즘은 교육이 강화되어 사미와 비구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미의제라는 제도가 있어서, 사미승은 옷깃과 소매에 가사 색의 밤색 천을 두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출가 5년이 지나야 비로소 정식 스님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미와 동행하지 말라는 것은, 사미는 아직 속물이나 세속의 인습이 남아 있어서 물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인사치레로 다니지 말라. 수행하는 사람은 인사(人事), 즉 사람과의 일로 인해 다녀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해타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교류를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문자를 탐구하지 말라. 선(禪)의 근본정신은 불립문자(不立文字)입니다. 문자로 선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선은, 언어문자를 훌쩍 뛰어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므로 언어문자에 갇혔다면 그 것은 선이 아니라는 뜻. 참선하는 사람이 언어와 문자에 갇혀 지낸다면 진리를 바로 볼 수 없습니다. 불립문자의 가르침은 책을 보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지식과 논리에서 벗어나라는 의미..

잠을 지나치게 자지 말라. 잠은 정말 무서운 장애입니다. 특히 공부하는 수행자에게는. 이 잠은 뭔가의 일을 하려고 할 때는 더 쏟아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마(睡魔, 잠의 악마)라고 표현합니다. 결국 이 ‘마’ 즉, 방해꾼은 처음에는 무서운 존재지만 알고 나면 우리는 공부시키는 스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고 하셨는지 모릅니다. 수행자는 지나치게, 즉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잠을 자지 말라는 것입니다. 살만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잠도 자면 잘수록 늘어납니다. 자, 오늘부터 살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잠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산란하게 하지 말라.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복잡해서는 안된 다는 법문입니다. 특히 생각을 너무 복잡하게 해서 스스로를 꼼짝 못하게 하거나 번민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있는 일을 줄이는 것도 수행입니다. 없는 일을 만드는 것은 선(禪)을 행하는 자의 행동이 아니라는 것. 모두 놓아버려야 비로소 자유롭습니다. 그러므로 생각도 놓아버린다면 정말 일 없는 가운데 즐거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놓아버린다, 이 말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양손에 다 들고 고민하지 말고 놓아 보십시오. 놓고 나면, 편안해 집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