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충북 이렇게 바꾸자 (3)

고영구 / 충북지역혁신硏 연구위원 극동대 교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지역간 불균형 문제만큼 심각한 것도 없을 것이다. 즉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불균형을 비롯하여 도시와 농촌간의 불균형,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 등이 우리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특히 지역간 ‘발전의 불균형’은 국론분열의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양 지속되는 수도권으로의 집중과 본의는 아니지만 이 때문에 더욱 심화되는 지방의 침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수도권 과밀’ ‘지방의 과소’라는 이중고를 당하고 있다. 국토의 11.8% 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국민의 절반이 몰려있어 수도권 인구집중률은 세계 1위이다. 인구집중-산업집중-기능집중-일자리집중이 또다시 인구집중을 유발하는 악순환 고리는 끊어질 줄 모르고 반복되고 있다.

인구의 과도한 집중은 수도권 내부의 환경오염, 교통 혼잡, 범죄 등 사건사고 급증과 같은 ‘사회적 병리’의 근원이 될 뿐 아니라, 여타 지방의 경제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원인도 된다. 이렇듯 공간적 집중의 문제는 집중되는 해당지역의 문제 외에도 주변지역의 발전기회를 박탈함으로써 나라 전체로 하여금 자생력을 잃고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수도권 집중과 규제완화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신도시개발, 미군기지 반환지 개발 및 새로운 부지 제공, 첨단산업의 공장 신·증설 허용 등 각종 규제완화시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에 맞서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수도권과밀반대전국연대’를 조직해서 활동하고 있고, 여기에 시·도 등 13개 비수도권의 지자체와 지방민들도 힘을 모아주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지역 불균형의 문제는 충북내에서도 심각하다. 청주, 청원을 포함한 이른바 청주권과 비청주권간의 불균형문제는 오히려 수도권을 능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충북인구의 절반이 청주권에 몰려 있다. 충북도청 및 도 단위 중앙행정기관의 95%와 금융의 65%, 학생들 중 88% 가 청주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 밖에도 제조업의 경우 사업체의 34%, 종사자의 43% 그리고 생산액의 50%가 청주권에 있다. 산업단지도 충북 전체의 70%가 청주권에 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77%, 업체 종업원의 80%가 역시 청주권 몰려 있다.

청주권으로의 집중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조짐이어서 큰 걱정이다. 인근의 행정중심도시 건설, 오송분기역 확정,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오창과학산업단지도 최근 가동이 활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충북의 수위도시인 청주시를 중심으로 한 재집중구조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도권이 전국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청주권도 비청주권을 빨아들이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일부 인사들은 땅 좁은 충북에서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곳은 청주권이니 이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수도권 규제완화론자의 논리 그대로다. 또 수도권이 ‘우리나라 전체를 먹여 살릴 터이니 제발 발목만 잡지 말라는 것’은 어느 수도권 단체장의 주장과도 통한다. 청주권이 150만 충북인구를 감당할 수도 없거니와 주민 없이 텅빈 비청주권은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미 대부분의 비청주권은 경제기반마저 붕괴된 상태이다. 오래 전부터 농촌지역이 많은 비청주권의 경우 활력은 간데없고 인적마저 드물어 적막만이 고요히 흐르고 있다. 그런대도 관계자들은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안도만 하고 있으니 딱하다.

출퇴근시간이나 휴일이면 청주로 들어서는 길목의 차량정체는 극심하다. 충주방향에서 들어오는 수름재, 진천에서 들어오는 오근장, 고속도로에서 진입하는 강서, 신탄진에서 들어오는 미평, 보은에서 들어오는 방서길목 등 사방팔방 진입로에서의 정체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차량들이 오로지 청주로만 몰리니 정체현상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차량이 청주로 몰려드는 이유는 수도권 인구집중의 이유와 하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다 보니 맑고 깨끗하다고 정평이 났던 청주는 무질서한 난개발과 도심지 매연 때문에 생활환경이 크게 나빠졌고, 지역 이미지마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아직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청주가 수도권의 잘 못된 전철을 그대로 밟아서야 되겠는가?

충북내 불균형 문제는 우리가 어렵사리 따낸 행정중심도시 건설의 논리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그간 충북은 ‘전국 경제의 3%’라는 불명예를 극복하고자 충북도마저 효율성에 매달렸던 측면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전국 최대 수혜지역인 청주권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지역내 불균형에 대해서는 못 본 채 해서는 곤란하다. 이대로 계속 청주, 청원 중심의 집중구조를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청주권의 과밀’과 ‘비청주권 과소’라는 기형으로 인해 충북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파국에 이를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충북의 균형발전은 지역내 각 시·군이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가장 가능성 있는 분야를 고른 후, 여기에 지역의 창의적 잠재력을 모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방식이 옳다. 이 길만이 당해 지역의 미래를 보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후지역이라고 해서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빠져나가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행정당국은 각 지역이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지역 나름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기대되는 역할을 맡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북의 각 지역이 강해야 충북이 강하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충북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이루어 져야 한다. 우선 도민 모두가 ‘충북 공동체’의 발전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소지역 이기주의’에 휩싸여 우리 동네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우선 벗어나야 한다. 충북은 크지 않은 도다. 도민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조금만 이해하고 양보한다면 다 같이 발전할 수가 있다. 특히 ‘힘을 지닌’ 청주권 주민들의 양보하는 자세가 더 없이 아쉽다. 이러한 자세를 전제로 한다면 균형발전의 대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행정중심도시 건설의 취지를 본받아 청주, 청원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도 단위 공공기관을 여타 지역으로 과감하게 분산하는 방안이다. 행정구역 개편이 불가능하다면 장기적으로는 도청을 비롯하여 충북도 차원의 행정기관, 산하기관 그리고 중앙특별행정기관 등의 분산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 물론 비용 등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충북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우리는 이 같은 논리를 행정수도 이전에서 강력히 주장하지 않았는가?

둘째는 청주권에서는 외지기업의 이주나 신규 창업을 강력히 억제하는 일이다. 민간기업을 비청주권으로 이전하기는 어렵다. 이전 여건의 불비(不備)도 문제지만 설사 비청주권으로 순순히 이전한다 해도 수익성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 수도권에서 어렵게 찾아온 기업들을 비청주권으로 내모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그러나 기업유치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절박한 이상 불비한 여건은 만들어 주고 보조금, 조세 감면, 부지 무상공여 등으로 기업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언제까지 어렵다고 방치할 처지는 아니지 않는가?

셋째는 당분간 청주권에 대해서는 투자를 억제하는 것이다. 정부의 투자예산 배분방식은 인구비례가 기본이다. 따라서 인구가 많은 청주권이 언제나 많은 예산을 배정 받게 마련이어서 ‘빈익빈 부익부’로 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청주권의 과잉 비대를 막으려면 예산 배정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물론 해당지역 주민들은 불평이 많겠지만 상생을 위한일이니 참아야 한다.

이와 같이 낙후지역에 공공기관을 분산·배치하고 투자 예산을 크게 늘려주면서 그 나름의 역할과 기능을 부여한다면 균형발전 효과는 곧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전 국토시스템과 충북의 광역 공간, 그리고 충북내 하위의 지역공간이 제대로 작동하자면 각급 지역간에 고도의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지역간에 상호이익을 주고받아야 가능하다. 이러한 관계야말로 ‘지역간의 상생관계’라 할 수 있다. 충북내 소단위 지역공간의 인적, 물적, 공간적 요소들이 각각의 특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충북 전체의 경쟁력도 담보할 수가 있다. 균형발전이라 함은 기계적, 사후적 평균이 아니라 기회균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는 도내 낙후지역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 주어야 한다. 이 일은 실재로 힘을 가진 청주권 주민과 행정 당국이 맡아야 할 몫이다. 더 이상 청주권에의 집중만 가속화시키는 정책은 사양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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