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아파트 고급화 영향 무인시스템 확산

"최저임금제가 적용된다기에 일할 맛이 났었으나 이도 잠시 쫓겨나지않을까 밤잠을 설칩니다"

청주시내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5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57)씨는 다가오는 설 명절이 반갑지 않다.

남들 쉬는 연휴에도 출근해 아파트 안전을 지켜왔으나 자칫 설 이후 일자리가 없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감시·단속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아파트 경비원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면서 관리비 증가를 우려한 일부 아파트 주민자치위원회측이 경비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신규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들까지 앞다퉈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어서 경비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임광아파트는 최근 아파트 관리비 절감 차원에서 경비원 5명중 1명을 감축했다. 청주시내 또 다른 아파트는 최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경비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이 지난 뒤 무인경비시스템을 증설해 몇몇 경비초소를 통폐합하고, 경비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아파트 경비원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용업업체에 간접 고용된 아파트 경비원들의 취업연령도 점점 연소화되고 있다.

청주시내 D 용역업체에 따르면 종전 60대 연령이 주로 아파트 경비원을 희망했으나 이제는 40대 지원자가 줄을 잇고 있는 상태다.

올해는 낮 근무시간 휴식이나 취침시간 제공 등으로 시간수당을 조정하며, 최저임금 70%를 준수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상한제가 80% 적용되는 내년에는 경비원 감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아파트 고급화도 경비원을 불필요로 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는 7-8개동에 5명씩 24시간 교대근무 형태를 해오고 있으나 신규 아파트는 정문과 후문 초소에 2명씩 배치되어 있을 정도다. 경비원이 하던 일을 무인 경비시스템이나 경비용역업체가 점차 대신하고 있다.

D 용역업체 관계자는 "현재 고용되어있는 60대 연령의 경비원들을 계속 고용할 지에 대해 주민자치위원회의 반응이 다소 부정적"이라며 "비정규직법안의 역풍으로 노인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감시·단속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성적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의 노동조합 결성률이 2%대에 머무르고 있어 자체적인 대응수단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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