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북문로에 위치한 '연어가 돌아올 때'

시낭송전문가인 홍을순 대표는 앞치마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컨셉'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문학 관련 기사들이 스크랩돼 있고 두 평 남짓한 무대 왼쪽으론 문학지들이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가지런히 꽂혀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넓은 창으로 햇볕 한가득 쏟아지면 잔잔한 음악까지 어우러지면서 설핏 보아도 예사롭지않은 분위기가 팍팍한 감성을 자극한다.언제 어느때 가도 시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매주 금요일이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대표 심억수)의 목소리가 감동의 진맛을 전하는 이곳이 문학인들의 사랑방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 116-49번지에 자리한 문화공간 '연어가 돌아올 때'(대표 홍을순·53). 이미 7년 전부터 낯이 익은 간판이라지만 이 공간이 사람과 사람 사이 시(詩)로 징검다리를 놓기 시작한 것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운영지기와 회원들이 번갈아 공간을 운영한지도 7년째, 2년 전 중앙공원 인근에서 옮겨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고 시낭송전문가인 홍을순씨가 여섯번째 경영권을 잡으며 춘삼월을 맞고 있다.여름이면 창밖으로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나풀대는 '연어가 돌아올 때'는 이곳을 아지트로 쓰고 있는 시사랑 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 소모임들이 만남을 갖고 있다. 시낭송도 하고 글도 쓰면서 내친김에 노래도 한곡 뽑을 수 있는 자유로운 무대가 있는 곳. 홍씨는 "담소를 즐기고 이야기도 편히 나누는 그런 장소가 되길 바란다"는 소박한 바람을 내놓았다.사랑과 슬픔, 만남과 이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연이 짧은 단어 속에 응축돼 때론 소설이 되고 수필이 되기도 한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이기도 한 홍씨는 '나이만큼 시를 외워야 한다' '시를 삼백 편 읽으면 한 마디로 나쁜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위정편)는 말을 꺼내 놓으며 시야말로 마음을 다스리고 삶을 정화시키고 안식을 준다는 예찬론을 폈다.실제 그녀가 외우고 있는 시는 총 70여편에 달한다. 어떤 분위기에서도 시낭송을 할 만큼 준비가 돼 있다는 그는 박인환 시인의 '얼굴'과 '목마와 숙녀', 조지훈의 '승무', 유치환의 '행복'을 즐겨 낭송한다고 했다. 자신을 시낭송전문가의 길로 이끈 것은 도종환 시인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이었다.홍씨는 "중학교때부터 시 외우는 것을 좋아해서 교과서 시는 빠짐없이 외웠고 최근 들어서도 새로운 시집을 읽으며 좋은 시를 외우고 또 낭송하고 있다"고 했다.현재 '연어가 돌아올 때'에서는 낮시간 다양한 문학 스터디와 함께 문학인들의 즉흥적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또 매주 금요일에는 5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시사랑모임이 무대를 꾸미고 나머지 시간엔 문학을 사랑하는 고객 모두가 무대 주인공이 된다.
오는 4월부터는 청주대 임승빈 교수가 주관하는 '해설이 있는 시낭송회'가 열릴 예정이다. 홍씨는 오는 3월 12일 청주시가 주관하는 시낭송회에서 자영업자 대표로 무대에 선다. 최근들어 시들이 아이러니하고 비틀어져 있으며 시정적 시가 고갈돼 있다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감동을 주는 시를 낭송해 보이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겠지만 시를 쓸때의 마음과 시를 낭송할 때의 마음은 목화송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고 하얀 순수함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태어난 곳을 잊지 않고 찾아와 알을 낳는 연어처럼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장소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043-252-5080)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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