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신미술관서 10번째 개인전
청주 시내에서 도교육청을 지나 차로 5분여를 가면 큰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돌아 안긴 곳이 바로 충북 청원군 남이면 양촌리다.
3차 우회도로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 봄 햇살 가득 머금고 물감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요 즈음. '미술 경계가 무너진지가 언젠 데 서양화가가 다 무어냐'며 미간에 골을 내는 그는 까칠함과 유함이 공존하는 화가 김정희씨(49)다.
'미술은 양념'이라며 자신을 '살맛나는 세상만들기'의 양념공장 공장장이라고 소개하는 이 남자. 알록달록 꽃밥을 연상시키는 명함을 건네며 싱그러운 양념 제조에 여념없는 그가 오는 3월 9일 개인전을 연다.
'생명'이라는 주제에 '재미'를 보탠 작업은 언제나 현재진행형. 9일부터 31일까지 신미술관에서 여는 개인전이 코 앞으로 다가왔건만, 시시각각 변화를 주는 변덕스런 작가의 '재미 예찬' 탓에 작품 팸플릿은 전시기간 중에나 마르지 않은 인쇄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몇십년간 비슷한 패턴으로 작품을 한다지만 변화 자체가 생명인 그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다. "어찌보면 변덕이고 어찌보면 호기심인 작품은 곧 생활의 반영이기 때문에 보고 듣고 먹고 마시며 거쳐 나온 부산물인 작품에 변화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생활에서 발견하는 재미는 곧 작품으로 직결되고 그 중심축은 곧 변하지 않는 작가다. 김씨는 애초부터 팔릴만한 작품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처음에는 나름대로 구상성을 띤 작품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내 작업의 외도기간이었다."
그가 작품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코드는 에로티시즘과 유기체로서의 성. 여성의 유방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거나 정자와 난자 모양의 디테일한 표현들, 과거 태아를 상징하던 곡옥 등의 형상이 생명의 시작이고 기원인 오리진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꼭 해석에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서 유희적 성을 발견하든, 정충을 보며 출세욕에 혈안이 된 사람과 나머지 도태돼 죽고마는 사람을 연상하든 그것은 관람자의 자유다.
80년대 초반 신윤복의 뱃놀이와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유명 그림을 복사해 코리안 팝을 시도했던 초기 작업은 물감 자체도 오브제로 이용됐다. 이유인즉 그에게 그림은 소재와 재료가 아닌 개념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89년에 선보인 설치작품들은 생 날것이 주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고 2005년 처음 선보인 걸개 작품은 앞으로 그가 추구하는 작업 경향을 함축하고 있다.
'요즘엔 각자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서로를 생각하며 큰 것에 맞춰 자기를 표현해 나가는 모습이 좋아보인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모두 10여 작품의 화사한 설치 및 평면작품과 2003년 제작했던 인간중심적 아담과 이브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가 선보이는 뚱뚱하고 볼품없는 아담과 이브는 '태초에 인간이 부끄러움을 알면서 세상이 아름다워
졌다'는 틀 안에서 서로 선택받기 위해 자신을 가꾸는 아담과 이브의 초기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웃음을 자아낸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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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프로필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87년 서울 관훈미술관과 청주예술관에서의 첫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모두 10번의 개인전과 3번의 아트페어에 참여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무심회화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충북대에 출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