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암각화 관련, 새 이론 제시돼

한반도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고래를 바다 한 가운데서가 아닌 강으로 몰아 사냥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따라서 울주 반구대 암각화에 등장하는 그림도 고래사냥 장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식량 획득을 기원하는 내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경주대학교 문화재학부 김창호 교수는 최근 발간된 한국신석기연구 제 12호에 '한국 신석기시대 토착신앙 문제' 제목의 연구문을 실었다.

특히 이 연구문은 신석기시대 토착신앙중 울주 반구대 그림을 집중적으로 언급, 종교계는 물론 미술사 관계자들의 관심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울주 반구대 그림은 그동안 ▶한반도 신석기인 작품이고 ▶ 그 내용은 각종 짐승과 물고기의 사냥 장면을 담고 있으며 ▶제작기법은 일명 '쪼아파기'(Pecking)였다 등의 내용을 정설로 지녀왔다.

선사시대 쪼아파기 기법은 같은 시대 스칸디나비아에서도 엿보이고 있는 기법으로, 청동기시대 유적에서도 다양하게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번 연구문에서 종래 이같은 학설을 정면으로 부인, ▶사냥때 등장하는 배는 뗏목배가 아닌 통나무배이고 ▶또 바다 한 가운데가 아닌 고래를 강으로 몰아 사냥하는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림에 등장하는 배는 잘 살펴보면 1인 또는 2~3인이 탈 수 있는 통나무배"라며 "당시 사람들은 불을 이용해 나무의 일부를 태우고, 이후 석기로 이를 긁어내는 방법으로 통나무배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국립 김해박물관이 창녕 비봉리에서 발굴한 신석기시대(BC 8천년경) 통나무배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통나무배는 고래가 꼬리를 치면 금방 뒤집힌다"며 "따라서 배가 뒤집히고 사람이 빠져죽을 위험성을 무릎쓰고 바다 한 가운데서 작살로 고래사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신 그는 "일본 옛민속 이야기에는 고래를 강으로 몰아 물이 얕아지는 곳에서 고래 사냥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당시 사람도 고래를 태화강으로 유인, 모래톱에 좌초하면 이때 고래를 생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결론으로 "울주 반구대 그림은 사냥장면을 그린 것이 아닌, 식량획득 바람을 종교적으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림중 바다 것은 고래, 육지 것은 사슴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호랑이나 표범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은 사나운 짐승이기 때문에 사냥대상을 아닌 토템신앙(동물숭배 사상)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너비 8m, 높이 2~3.7의 반들거리는 노출암반에 150개의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 내용은 왼쪽과 오른쪽이 다소 다르다. 왼쪽에는 귀신고래, 범고래, 긴흰수염고래, 향유고래, 고래상어 등 60여종의 현존 고래들이 망라적으로 그려져 있다.

반면 오른쪽 노출 암반에는 사슴, 호랑이, 곰, 표범, 노루, 멧돼지 등의 산짐승 그림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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