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고은영 /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처음 한국에 온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의사소통의 불편함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답답함입니다.

한국어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들어온 여성들은 자연히 가족과 대화가 되지못하고 말이 통하지 않기에 서로 손짓 몸짓으로 소통을 하다 보니 말하고 이해하는 뜻이 엄청나게 달라 이주여성이 가출을 한 웃지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더욱이 도망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이 외출까지 금지시키는 경우에는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한국말을 배울 기회가 없고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심리적, 정신적 위기를 겪게 됩니다. 상담사례 가운데는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집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자기 아이를 방치하여 기아상태에 놓인 경우도 있었습니다.또한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가족갈등도 이주여성의 삶을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풍토에 따른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더운 나라에서는 그들만의 행동양식이 있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먹고 마시는 일 등 무더운 기후풍토가 만드는 삶의 양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우리나라 전통사회의 부지런한 눈으로 보면 아내나 며느리가 게으르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교육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습니다. 보통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시집온 이주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양성평등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오히려 모계사회에 더 가까운 나라도 있습니다. 이런 여성들에게 가부장적이고 남편중심의 가족관계는 매우 낯설고 힘든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한국어를 잘 할 것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에 시집왔으니 빨리 적응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 좋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아니 오히려 한국여성보다 더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요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그런 프로그램이 버젓이 행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주여성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다문화 다인종사회는 서로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호존중의 정신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여성결혼이민자들과 다문화가정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초기이민자들에 대한 대책을 잘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주여성들이 언어교육과 문화적응 교육을 일정기간 동안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다문화가정의 가족구성원들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이주여성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일만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더욱이 한국사회는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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