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유감>

김은숙 / 시인

'처음' '시작'이라는 신선한 말과 나란히 하는 '설렘'과 '두려움'을 생각하게 되는 3월이다. 사람이건 일이건 익숙해지면 마음 편안한 대신 긴장감은 떨어지고, 무엇이건 새로 시작하면 마음 또한 새로워지며 시작에 따른 남다른 각오를 하게 마련인데, 그와 더불어 새로운 상황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수반된다.

교사라는 것에 감사하며 만 23년 교직생활을 해온 내 삶의 중심에는, 일 년을 나와 동고동락하는 아이들이 소중하게 자리한다. 전혀 모르고 지내던 낯선 사이가, 꽃샘바람 부는 3월, 교실에서 처음 만나 가장 소중한 존재로 한 해를 보내고, 평생 지워지지 않는 스승과 제자라는 아름다운 인연이 된다.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출발을 하는 매력적인 달 3월, 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마음에 새기며 나도 출발선에 선다.

새 학년의 출발선에서 마음을 다지는 게 비단 선생님들뿐이겠는가? 이번에 나는 개방형자율학교라는 새로운 모델로 설립된 청원고등학교에서 3월을 시작하는데, 우리 학교는 학교생활 안내를 위해 입학식 전에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새로 진입하는 단계인 고등학교 생활에 아이들이 얼마나 궁금한 점이 많은지, 홈페이지엔 이런저런 질문이 넘쳐난다. 학교에 대한 친화력과 자긍심을 형성하고, 안정적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도록 돕기 위해 실시하는 신입생오리엔테이션에서 모든 사항을 자세히 안내한다고 공지해도, 질문은 끊임이 없다.

교복, 두발, 자율학습, 반 편성, 심지어 옥상 사용문제까지 끊임없이 올라오는 학생들의 질문을 보며, 궁금함 속에 담긴 낯선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본다.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부모님들께서도 대학 진학과 관련한 기대 등 많은 당부를 하셨을 테고, 우리나라의 사회적 요구와 교육 여건을 모르지 않는 학생들 나름대로 이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은 자명하다.

뭔가는 달라져야 할 것 같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은 잘 모르겠고 쉽게 길은 안 보이니, 고교 입학의 문턱에서 설렘보다는 이런저런 두려움이 많은 학생들. 그런 두려움이 아주 다양한 질문으로 얼굴을 내미는 것이리. 학교 홈페이지에 나도 때로 답변도 하고 격려도 해주지만, 혼자 웃을 때가 더 많다. 아이들 글에 담긴 두려움과 순수함이 보여서이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 학교가 결코 두려운 곳이 아닌, 내 꿈을 이뤄가는 소중한 터전이며, 서로 소통하며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곳, 진정한 나를 만들어가는 보람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내 아이들 곁으로 첫 발을 내딛는 설레는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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