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정선희 / 성매매피해상담소 늘봄 소장

2003년에 인구 1천명당 3.5건을 기록하며 최고조에 달했던 이혼율이 감소 추세이다. 하지만 2006년에도 3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을 한다니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혼 증가의 원인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남성의 외도나 폭력 등에도 군말 없이 참고만 살았던 여성들이 이제는 '왜 참고 사나'식으로 이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황혼이혼은 최근에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 가운데 하나이다. 20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의 황혼 이혼이 3배 이상 증가하고 있고, 서울가정법원의 2006년 통계에서도 전체 이혼건수의 약 19%를 차지한다.

황혼이혼을 요구하는 쪽은 여지없이 여자라고 하니, 여자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1991년 시행된 재산분할권의 인정은 여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결혼 후 불어난 재산에 대해 똑같이 50%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고, 이를 준용하여 1999년부터는 이혼부부 연금 분할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이혼한 배우자가 노후에 겪을 불안정을 돕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의 국민연금 가입한 기간 중에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었던 부인은 60세가 되면서 남편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2분의 1을 청구할 수 있다. 연금 지급에 있어서 배우자의 이혼에 대한 책임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올 4월부터 노령후생연금 분할제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 법이 통과된 2003년을 기점으로 이혼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일본 남성들이 이혼의 공포에 떨고 있으며 가정 내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혼은 가족해체로 인한 생산력 약화, 청소년 일탈증가, 여성의 빈곤화 등의 부정적 사회문제 유발과 동시에 그동안 곪을 대로 곪았던 가족관계가 터지면서 건강한 가족관계 및 역할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실천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게 된 측면도 있다.

한때 유행했던 '간 큰 남자 이야기'는 단순한 우스개 소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이면에는 황혼 이혼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위축된 남성들의 자화상이 있다. 또한 남성들의 의식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남성들은 변화의 속도와 내용을 읽지 못한 채 혼란과 좌절을 겪으며, 개탄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남성들은 가족위에 군림하던 권위의식과 태도를 버리고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도 '가족 친화적 환경 조성'을 통해 이런 남성들의 변화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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