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학·충북작가, 페미니즘과 성담론 조명

충북 문학이 페미니즘에 대해 입을 열었다.여성주의 글쓰기가 여성들만의 관심 영역인듯 간주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접근이기에 우선 눈길을 끈다.

한국문인협회 청주지부는 30집 충북문학에서 김혜식의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를 조명했다.

성현아, 조동혁 주연의 영화 '애인'

청주문협 안수길 회장이 쓴 서평은 '양성평등주의와 여성의 자기정체성 찾기'라는 주제로 독립 내지 투쟁이 아닌 양성화합과 역할가치에 대한 여권의 의미를 언급한다. '접시 닦는 남편이 아름답다'에 수록된 수필을 통해서는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간접 비판'을, '넘어진 남자'에서는 황혼 이혼을 당한 폭군 남편의 비참한 노후를 통해 여성 홀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 '무기여 잘 가거라'에는 성(性)의 주도권을 무기로 권위주의적이었던 남성이 여성들의 성적 반란을 초래했다는 주장과 함께 '여인을 지배하는 새로운 무기는 여성과 함께 삶을 향유하는 동행뿐'이라는 의식이 흥미롭다.

수필가 안수길은 서평에서 김혜식의 수필이 남성권위주의와 우월주의에 대한 울분과 불만에 머물지 않고 양성평등과 역할분담을 통한 행복 가꾸기를 권고한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또 사랑이라는 이름의 헌신과 감내 등 고답적 사고에 있어서는 분명한 거부 입장을 보인다. 안씨는 김혜식의 수필이 '여성다움'의 거부가 아닌 '강점 내지 장점으로의 인식'을 유도하고 있으며 특히 '성담론은 곧 수치스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거부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충북작가회의는 충북작가 22호에서 '문학 속의 성담론'을 특집으로 다뤘다. 오영미, 최병덕, 박상수는 각각 '애마부인과 애인의 거리 혹은 반복'과 '동성애 모티브 소설에 나타난 공간에 관한 고찰',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본 황병승의 시세계'를 통해 현대 성담론에 접근한다.

희곡작가 오영미(충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개봉된 '애마부인'과 '애인'을 비교하며 이들, 전통적 멜로드라마가 어떻게 성애영화의 보수적 틀을 답습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최병덕은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 단편소설 연구를 통해 소설 역시 동성애를 바라보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증명해 낸다.

박씨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복원하고 부활시키는 것이 소설의 운명이라고 한다면, 동성애는 소설의 운명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적합한 모티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한국 현대소설의 동성애 모티프에 나타난 공간은 이데올로기적이며 하위문화적이고 또한 밀실적 유토피아의 공간으로 유형화된다. 억압의 공간이든 일시적 행복의 공간이든 동성애 인물들이 보수적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상처와 고통을 받는 것은 공통적이다.

이는 소설 속에서 이들을 이해해 줄 이성애 인물의 부재에서도 엿볼 수 있는 만큼 박씨는 동성애를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바뀔때 소설속 공간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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