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강변가요제서 금상 수상

▲ 음악그룹 나비야 안치돈 대표

오늘의 문화인물(25) 안치돈 나비야 대표

자연과 하나되는 음악, 번뇌와 고통을 이겨내고 태어나 꽃의 열매를 맺어주는 매개체로서의 나비.

'열두음' 에서 벗어나 음악실험의 진폭을 새롭게 열어보이고 있는 음악그룹 '나비야' 가 19일 오후 7시30분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음반제작 기금 마련을 위한 연주회를 연다.

지난 2001년 창단 이후 6년간 '열두음' 으로 불렸던 과거를 내려놓고 지난해부터 활력의 리듬을 실어 나르고 있는 이들, 그 중심에 안치돈(45)이 있다.

#푸른소리와 강변가요제

자연주의 음악을 추구하는 나비야는 음악의 초야에 유목하는 이유로 창조적이며 실험적이고 또한 자유롭다. '단지 음악이 거기 있어 연주한다'는 나비야 대표 안치돈씨. 정규 음악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지역 음악계에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어름에 짙은 선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안씨는 청주기계공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충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가 거친 기계음 내지 쇳소리가 아닌 고운 음계와 장단에서 노닐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충주고등학교를 다닐때 개인적으로 중창단 활동을 했는데 그 당시 고교생들의 꿈이 대학가요제에 나가보는 거였어요. 가요제 출전 경험이 있는 선배를 우연히 만나면서 중창단 '푸른소리' 활동도 시작됐죠."

81학번인 안씨가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한 것은 84년 휴학 후 도전한 강변가요제를 통해서였다. 혼성 4중창으로 이뤄진 '푸른소리'는 당시 이동주 시인의 시에 안씨가 곡을 붙인 '구름강강산술래'로 금상을 받았다. 당시 대상 수상곡이 바로 이선희의 'J에게' 였고, 한석규가 참여한 동국대 연극영화과팀은 장려상을 받았다고 한다.

젊은 시절의 무용담을 살짝 흘린 그가 자신의 음악 성향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구름강강산술래는 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만든 곡은 아니었어요. 그때는 우리 소리 자체가 갖는 매력 때문에 민요풍의 곡을 많이 썼고 그런 여러 곡 가운데 하나였죠."

우리소리 운운하며 매료됐던 국악풍이 전부 서양음악의 4분의 4박자에 기초했던 것임을 안 것은 최근이라고 한다. "수학적으로는 자진모리장단인 8분의 12박자가 4분의 4박자와 같은 느낌으로 얘기되고 있지만 전혀 다르거든요. 그런데 저는 4분의 4박자이면 국악적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푸른소리 활동에 공백이 있었던 것은 그가 군에 입대하면서 부터. 84년 입대한 속초 비행장 앞 바닷가의 군생활은 볼펜 한 자루와 수첩을 통해 그의 삶을 오선지 위에 올려놓았다. "갇힌 공간에 있다보니 시집을 읽을 기회도 없고 유일한 낙이 곡을 쓰는 거였어요."

당시 써 놓은 곡만 무려 80여곡. 군입대전 20여곡까지 더해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속살 여린 미발표곡들이 지금도 그의 오선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공연장소는 대학가의 음악다방이 유일했다고 한다. 복학후 재결성한 푸른소리는 지금의 '홀리보이스'로 명맥을 잇고 있다.

#서양음악은 '심장' 국악은 '폐'

음악대학이 없는 충북대에서 홀리보이스와 푸른소리는 전통이 있는 동아리로 꼽힌다. 안씨가 지금의 '나비야' 대표로 음악활동을 지속하는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푸른소리와 홀리보이스 활동의 기초에서 찾을 수 있다.

"중창단을 이끌었기 때문에 화성법과 대위법 등 작곡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화성법을 모르면 화성편성을 만들지 못하니까요."

후배들의 대학가요제 출전을 격려하고 작사 작곡을 하다 교직에 들어선 것은 95년이었다. 그는 첫 발령지인 청주기계공고에서도 어김없이 학생중창단을 만들었다. 97년 제자들과 만든 중창단이 '그루터기'다. 그리고 2001년 청주의 국악인들과 교류하며 실내악단을 결성하게 된다.

"잊지도 않아요. 9·11테러가 있던날 창단 연주회를 했죠. 실내악단 열두음으로 첫 활동을 시작할 때는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안씨는 열두음 결성과 함께 국악의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서양음악이 심장음악이라면 국악은 폐음악이라고 설명한다.

서양음악이 정확한 박자와 박동수에 기초하고 있다면 국악은 호흡으로 가기 때문이라는 것. 똑같은 100m를 달려도 빠를 수도 부분부분 느려질 수도 있는 것이 국악이라는 것이다. 그의 국악 예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국악이 수평적 음악이라면 서양음악은 수직적입니다. 왜냐하면 국악은 애초부터 화성이라는 것이 없고 선율로만 움직이는, 박자와 장단이 발달돼 있거든요. 음악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이 서양음악 중심의 중·고등학교 음악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둘의 차이를 통해 국악이 얼마나 뛰어난 음악인지를 알려줘야 국악이 서양음악보다 못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죠."

국악에 기초해 서양음악과의 조화를 꾀하는 열두음은 지난해 '나비야'로 정체성을 확고히 다졌다. 그에 따르면 크로스오버 음악이니 퓨전국악이니 하는 말에서 자유롭고 싶은 욕구가 팀이름을 바꾸는 계기였다.

동서양악기가 공유된 단체, 국악과 서양앙상블인 '나비야'는 오는 6월 국립국악원 목요상설연주회의 300회 무대에 선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 안씨는 "임산부와 어린이, 노인, 7080 등 계층별 연주회도 하고 중국 진출도 타진중"이라며 '나비야'의 날갯짓에 활력을 부여했다.

자연과 하나되는 음악그룹 나비야. 그들의 날갯짓이 음악 기상도에 어떤 유쾌한 '나비효과'를 가져다 줄지는 예측 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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