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큰 결심을 하거나 상징적 행보를 시작할 때 거의 대부분 산사를 찾고 있다. 이에따라 그 종교내지 문화적인 배경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일반인들 사이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달 중순 '전진코리아' 창립대회 격려사 직후 수행비서 한 명과 함께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에 칩거한 바 있다.

정치인들의 잦은 '산사 칩거'는 불교 일주문 사상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주사 일주문 모습으로, 문은 문이나 보통문과 달리 문이 없다.
그는 앞으로의 거취는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절에 와서는 묵언"이라는 산사 정치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는 서울로 돌아온 후 한나라당 탈당, 제 2의 이인제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 기간중 강재섭 대표가 색깔론을 거론한 것에 반발, 전남 순천 선암사를 찾아 여러날 칩거를 했다.

칩거의 경우는 아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달 하순 충북에서의 금년 첫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 천태종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를 방문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독실한 기독교인임에도 불구, 역시 충북에서의 올 첫 정치 행보를 구인사에서 시작했다.

이밖에 역사적으로는 태조 이성계가 아들 방원(태종)을 1·2차에 걸친 반란에 극도로 불만을 품고 경기도 양주 회암사에서 장기 칩거를 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칩거의 다소 차이가 나고 있지만, 정치인들이 '어떤 계기'를 맞을 때마다 산사를 찾는 행동은 현대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이와 관련, 지역 불교인들은 이른바 '일주문'(一柱門) 사상과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불교 메시지가 정치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세속(世俗)과 불계(佛界)의 경계지점에 위치하는 일주문은 글자 그대로 문(門)이다. 그러나 보통의 문과 달리 기둥만 있지 문은 없다.

일주문의 이런 사상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라는 절집안 고유의 풍습을 낳고 있다.

지역 한 불교 관계자는 "과거 김종필 씨가 많이 인용한 이 표현은 사실은 불교 고유의 풍습"이라며 "건축적으로도 문이 없으면 오는 사람 막을 수 없고, 가는 사람 붙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일주문 사상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사상에 이르러 보다 구체성을 띈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간의 고독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불교인들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교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뜻으로 풀고 있다"며 "이 경우 불교는 교리적으로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차별할 수 없기 때문에 오고 가는 사람을 막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불교인은 "정치인들이 스님을 갖고 있는 후덕한 인상을 자신에게 겹쳐지게 하기 위해 산사를 찾는 것 같다"는 이색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 조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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