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미국의 투자전문지 '배런스'가 최근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7개 도시를 선정하면서 공통된 특징을 설명했다.

이들 도시는 교통이 편리하고, 범죄율과 물가가 비교적 낮고 날씨가 좋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레저·문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점에서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오창산단은 지난해부터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준공되면서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2만3천명을 돌파했다.

이에따라 웬만한 읍단위 인구를 훨씬 상회하지만 그에 비례해 각종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첨단공장이 들어선 계획도시에 걸맞지 않게 도시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기업체와 인구는 늘었지만 체육시설이 제대로 없어 근로자나 주민들이 다함께 운동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도서관이나 문화공간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중심상가에는 대형모텔 등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으며 각종 유흥시설이 난립해 '쾌적한 도시환경' 대신 '청소년 유해환경'이 오창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오창산단이 이처럼 삭막해진것은 토공이 주민들의 '삶의 질'은 도외시한채 오로지 땅 한평이라도 더 팔아 이익만 추구하려는 '장사꾼' 논리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오창산단은 각종 민원의 온상이 됐다.

그렇다면 공사가 진행중인 오송단지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토공은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체육·문화시설이나 공공지원시설은 줄이고 숙박, 위락시설은 늘려 환락도시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된 이후 생활체육 인구가 급증해 주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공원과 문화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공공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공공지원시설도 일정한 규모로 늘려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토공의 자세를 보면 오창산단보다 더많은 민원이 파생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체육공원은 만들 생각이 없으니 운동하고 싶으면 인근 학교에서 하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토공은 주거지역 면적이 10만평이고 인구가 1만4천명에 불과한데 무슨 체육공원이 필요하냐는 논리다.

얼핏생각하면 그럴듯한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런 억지 주장이 없다. 오송단지에는 기업체가 71개 들어서 근로자만 1만3천여명에 달할 예정이다.

거주인구와 합치면 거의 3만명에 육박한다. 토공 입장에선 근로자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근로자들의 단합과 체력단련을 위해 실시하는 체육행사를 오송단지에서 할 생각은 말라는 투다. 레포츠시설이 이러니 문화공간은 아예 생각지도 못한다.

또 총 부지가 140만평에 달하지만 공공지원시설 부지는 달랑 1천평 뿐이다. 오송출장소, 소방서, 경찰지구대, 보건지소, 우체국등이 입주해야 하지만 면적으로는 소방차조차 제대로 대놓을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에비해 상업용지는 52필지에 달해 모텔과 각종 유흥시설이 경쟁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때문에 겪는 불만이 얼마나 많을지 안봐도 뻔하다. 멀리 갈것도 없이 오창산단이 늘 이런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오송단지의 미래가 걱정스런 이유다.

물론 토공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공기업이라고 공익성만 추구하다 적자가 심화된다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개발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아무리 영리가 중요하지만 이곳에 터를 잡은 기업체 근로자와 주민들이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구나 부지는 한번 팔아버리면 나중엔 필요한 공공시설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수 없다. 토공이 '땅장사꾼'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면 오송단지는 재검토돼야 한다. 나중에 입주한 기업체나 주민들에게 두고두고 원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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